HOME 여성 기획특집
여성계 “버닝썬·정준영·김학의 사건 철저히 조사하라”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3.22 00:02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올해 초 여성계는 ‘2018년 주요 이슈’로 ‘미투 운동’을 꼽았다. 이는 당초 미국 연예계에서 직장 내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한 성범죄 피해를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됐으나 국내에 들어오면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예술계·체육계·교육계 등에서 성추행 및 성폭행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미투 운동에 이어 올해 여성계 주요 이슈는 이른바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사건’이 될 모양새다. 여성단체들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버닝썬 사건 및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 성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 정준영·승리·버닝썬·아레나 수사 속도 낸다

‘승리 카톡방’으로 알려진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불법 영상물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은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해당 대화방에서 함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버닝썬 직원 김모 씨도 같은 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성 접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의 입대도 연기된 데 따라 버닝썬 사건 관련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약 2시간 동안 구속심사 심문을 받았다. 그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 “죄송하다.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법원에서 내려주는 판단에 따르겠다”며 “저로 인해 고통받으시는 피해자 여성분들과 아무런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 받으신 여성분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씨는 ‘승리 카톡방’에서 여성과 성관계하는 모습을 몰래 찍은 영상, 룸살롱 여성 종업원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과 영상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같은 시간에는 해당 카톡방에서 함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버닝썬 직원 김모씨에 대한 구속심사 심문도 진행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12일 정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하고 14일과 17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당시 같은 혐의로 입건돼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한편 ‘버닝썬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도 이날 진행됐다.  버닝썬 이사인 장씨는 지난해 버닝썬 폭행 사건을 최초로 신고한 김상교(28)씨를 폭행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상교씨의 폭로로 성 범죄·경찰 유착·폭행 등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성매매 알선 및 성접대 등 의혹을 받게 된 승리는 오는 6월24일까지 입대일이 미뤄졌다. 당초 오는 25일 입대 예정이었으나 병무청이 20일 승리의 입대를 연기했다.

승리는 지난 1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고 나온 15일 “성실하게 수사받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입영을 연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18일 오후 대리인을 통해 서울지방병무청에 ‘현역병 입영 연기원’을 제출했다.

군인은 민간인과 달리 군 검찰이나 헌병대 수사를 받는다. 승리가 입대할 경우 군인 신분이 되면서 수사 주체가 바뀌게 되는 탓에 경찰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현재 승리가 받는 가장 큰 의혹은 성 접대 알선 혐의다.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 등과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승리는 2015년 12월 유 대표와의 카톡방에 “잘 주는 애들로 (데려오라)”는 등의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승리의 성 접대 알선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카카오톡에 등장하는 성 접대 의혹 여성 2명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관련 자리에 참석한 건 맞지만 성매매 접대 같은 것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성단체 성명서 발표·기자회견 이어져...“성범죄 철저히 조사하라”

한편 여성계는 성명서 및 기자회견문 등을 통해 버닝썬 및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15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클럽 버닝썬 사태를 통해 드러난 남성들의 성 착취·성범죄 카르텔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버닝썬은 경찰의 비호 아래 여성들을 약물 강간을 통한 성 접대에 이용했던 거대한 성 착취 산업의 장이었다”며 “이 같은 운영방식이 강남구의 또 다른 클럽인 아레나와 같은 행태로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성 착취·성범죄 카르텔이 클럽 전반에 퍼져 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 같은 성착취·성범죄 카르텔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검·경찰은 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유착관계에 대한 확실한 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을 명백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씨에 대해서는 “강간 모의 및 실행, 불법촬영 및 유포 등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도구화하며 성범죄를 유희로 여기고 방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강간문화가 남성 연예인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도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 연예인 혹은 연예인 지망생을 성상납에 이용하는 등 착취하는 일부 연예산업과 공권력의 유착 의혹은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10년 전 장자연 사건을 통해 확인된 바 있는 이 같은 사실은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이어, 이번 버닝썬 사태와 정준영 사건을 통해 성착취·성범죄 카르텔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등 1033개  시민단체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장자연씨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의혹들만 계속 불거져 나올 뿐 지금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며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진상조사단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조사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버닝썬·정준영 사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여성의 몸과 성을 남성의 놀이와 유흥거리로, 뇌물과 상납의 도구로 이용하고 착취하는 아주 오래된 문화와 산업이 존재한다”며 “이것이 바로 한국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적폐”라고 강조했다.

고 장자연씨의 유서로 알려진 ‘장자연 리스트’ 관련 사건의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씨는 이날 여성단체들과 함께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 기한을 연장하라고 촉구했다.

윤씨는 “이 사건을 단순 자살이 아니라고 보고 수사에 들어가면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난다”면서 “이슈가 이슈를 덮는 정황을 많은 분들이 실감하셨을테고, 이런 불상사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