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유통가에 자체 브랜드(PB)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최근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둔화된 유통업체들이 PB 상품군 확대를 통해 수익성 향상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유통업체들의 전략이 맞물리면서 향후 PB 상품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PB상품은 개발 방법에 따라 크게 네가지로 분류된다. 유통업체가 직접 제품 기획·제조·판매 등 전 과정에 참여하는 생산개발형, 유통업체가 기획하고 협력업체가 생산해 주문자 상표를 부착하는 기획개발형, 해외브랜드와 독점수입 계약을 통해 해외 유명브랜드의 완제품을 직수입해 독점 판매하는 독점수입형, 해외 유명브랜드와 기술제휴를 통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브랜드를 빌려오는 형태로 제조에 관한 노하우를 제공받아 생산하는 라이선스형이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PB상품의 개발 방식을 통해 유통마진을 줄여 수익성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백화점업계에서 가장 많은 자체 브랜드(PB)를 선보인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5년도 여성 수입의류 편집숍인 ‘엘리든’을 선보인 후 해외명품, 여성패션의류, 남성패션의류, 니트 전문 PB인 UNIT(유닛), 청바지 전문 PB인 ETTOL(에토르) 등 다양한 PB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전년 대비 신장률은 엘리든 플레이(편집숍)는 50%, 유닛 45%, 엘리든 맨은 20% 수준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로 볼 땐 PB가 16% 증가했다.

이런 PB제품 인기에 힘입어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17일 PB 안경을 출시했다.

안경은 선글라스 PB인 ‘뷰’에서 판매한다. PB 뷰는 론칭 첫 해인 2018년 목표 100%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올해에는 그 영역을 안경으로 까지 확대해 토털 아이웨어 브랜드로 운영될 예정이다.

PB 뷰의 안경 스타일 수는 총 15가지로 동양인의 얼굴 형태에 잘 맞게 개발됐다. 뷰의 안경 및 선글라스 전 제품은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다른 국내 브랜드와는 차별화를 뒀다. 100% 국내 대구 지역 생산으로 제작했다. 국내 다른 브랜드의 80~90% 수준인 10만원 후반에서 20만원 초반대 가격에 선보인다.

젊은 감성을 더하기 위해 PB 최초로 현업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도 진행중이다. 뷰는 2030세대에 인지도가 높은 ‘피브레노’, ‘비욘드클로젯’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협업을 진행해 젊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 본점, 잠실, 수원점의 3개 매장을 오픈한 PB 뷰는 올해 14개 매장을 추가 오픈해 총 17개 매장이 운영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광복·울산·전주·광주·인천터미널점 그리고 면세점에 입점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중국과 홍콩으로도 수출할 계획이다.

상품기획·제작·판매로 가격 낮춰

신세계백화점도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맞춤형으로 직접 만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 업계 최초로 럭셔리 웨딩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를 론칭했다. 브랜드 라이센스 혹은 직수입 상품을 편집숍에서 보여주는 기존 백화점 브랜드 사업 수준을 탈피해 하나의 브랜드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브랜드명 아디르는 고귀한 존재, 아름다운 인연을 의미하는 고대 히브리어에서 따왔다. 아디르는 상품기획과 디자인은 물론 다이아몬드 원석을 구입해 제작, 판매,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백화점이 직접 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대형화, 복합화 바람이 거센 유통업계에 백화점 업의 본질인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PB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캐시미어 전문브랜드 델라라나, 뷰티 셀렉트샵 시코르, 란제리 브랜드 언컷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델라라나는 신세계가 상품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판매, 생산까지 총괄한 첫 PB브랜드다. 캐시미어 브랜드로 유명한 로로피아나와 이탈리아에서 가공된 원사를 직접 수입하면서 일반 캐시미어 상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선보였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10월 자체 의류브랜드 1온스(1oz)를 선보였다. 1온스의 캐시미어 머플러는 월 평균 5000개가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는 유통 과정을 최소화해 가성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캐시미어 상품은 유통과정을 거치며 가격이 3~7배 높아지지만, 현대백화점은 원료를 직접 구입하고 현지 공장에서 바로 생산해 중간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줄였다.

대형마트 PB 상품 확대 추세

대형마트들도 PB상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업계 1위 업체인 이마트가 지난 2015년 4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자체브랜드 ‘노브랜드’이다.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노브랜드는 디자인과 광고비용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뛰어난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났다. 인기에 힘입어 상품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노브랜드를 런칭할 당시만 해도 뚜껑 없는 변기 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9개 제품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인 2016년 말 기준 제품이 1000여개로 늘었다.

매출 역시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이마트의 효자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출시 첫해인 2015년 약 2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노브랜드는 지난 2017년 5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도 지난 2017년 자체브랜드 ‘온리프라이스(Only Price)’를 선보이며 제품군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온리프라이스는 천원 단위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으로 론칭 당시 종이컵, 화장지, 크리스피롤미니 등 25개 품목에서 1년 만에 154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또한 홈플러스의 여러 PB상품 중 패션브랜드 ‘F2F’는 운동복, 속옷, 잡화 등 의류 전 카테고리를 취급하며 가족 단위의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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