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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DMZ 저 편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01.31 16:08

[여성소비자신문] DMZ 저 편

                            최금녀

 

고구려 땅보다 더 아득해진 북녘 땅

원산 지나 영흥, 영흥 지나 고흥, 함흥, 삼수갑산….

 

작년 정월에도 올해 첫날에도

지도 위의 한 점

현미경 대고 이리저리 확대한다

 

내년 봄에는

노랑나비 손을 잡고라도

철조망 너머

저 편으로 가서

남과 북으로 갈기갈기 찢긴 최씨 족보를

내 손으로 아물려야 해

 

눈 더 흐릿해지기 전에

귀 더 어두워지기 전에….

 

-노랑나비의 손을 잡고-

<시 감상>

우리가 가보지 못할 땅이 지구상 어디 있는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세상 땅 어디라도 밟아볼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오직 디엠지 너머 저쪽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북쪽 땅만은 가지를 못한다. 길이 꽉 막혀 버린 지 66년의 세월이다. 그 한평생을 오매불망 그리워하며 고향에 가 볼 날 기다리며 살다보니 저절로 시가 터져 나오고 말았나보다. 최금녀 시인의 시 ‘DMZ 저 편’에는 아픈 그리움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한국 땅에는 휴전선으로부터 남과 북으로 각각 2km씩 4km의 DMZ(비무장지대)가 설정되어 있다. 그곳엔 사람들이 가지도 오지도 못한다. 그 십리 너비의 땅 안에는 나무와 풀, 독수리, 저어새, 재두루미, 산양, 황쏘가리, 연목어 등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시인은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과 물고기들이 한껏 부럽다. “내년 봄에는/ 노랑나비 손을 잡고라도/철조망 너머/저 편으로 가서/남과 북으로 갈기갈기 찢긴 최씨 족보를/내 손으로 아물려야 해” 마땅히 서로 오가며 하나가 되어야 할 조국인데 가로막혀 있다. 노랑나비 손을 잡고서라도 저 철조망을 넘어 고향에 가보려는 희망은 가냘프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야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내 손으로 아물리고 싶은 것이 비단 갈기갈기 찢긴 최씨 족보만이겠는가? 꿈에도 잊지 못하는 “고구려 땅보다 더 아득해진 북녘 땅/원산 지나 영흥, 영흥 지나 고흥, 함흥, 삼수갑산….” ‘함흥’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심정, 태어나 자란 고향이기 때문에 더욱 절절할지도 모른다.

불원천리 가시밭길, 노랑나비처럼 사뿐히 다가가 얼싸안을 수조차 없는 DMZ 저 편 경계, 더 늦기 전에 그 한계를 넘어 단 한 번만이라도 가보고 싶은 열망, 즉 통일 염원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누가 시인의 그리움만큼 무거울까. 새봄이 오면, 노랑나비는 시인의 마음을 싣고 훨훨 철조망을 넘을 것이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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