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제약회사들이 2~4세 경영체제 돌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신시장 개척 등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오너일가 경영 체제 돌입이 어느 정도의 실적을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신일제약은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2세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 12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창업주 홍성호 회장의 딸 홍재현(47) 부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홍 부사장이 지난 2000년 3월 신일제약에 입사한 지 18년여 만이다. 홍 부사장은 홍 회장의 장녀로 동덕여대 약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부사장의 신일제약 지분율은 9.37%. 홍성소 회장(17.3%)에 이어 2대 주주다. 홍 부사장은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을 장내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높이는 등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홍 부사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 선임 시점과 맞물리게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아버지인 홍 회장의 보유지분에 대한 증여나 상속 등을 통해 최대 주주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홍 부사장은 또 약학을 전공하고 MBA를 마친 데다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만큼 업계 안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평을 듣는다. 지난 18년간 받은 경영수업을 통해 신일제약의 새로운 도약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다.

같은 날 업계에 따르면 대원제약의 오너 3세 백인환(36) 상무는 지난 1일 마케팅본부 전무로 승진했다.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한 지 약 8년 만이다.

대원제약은 오너 2세 백승호 회장· 백승열 부회장이 형제경영 중인 업체다. 백 전무는 백승호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브랜다이즈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이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마케팅, 수출입 및 라이선스 관련 업무와 신사업 등을 총괄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향후 백 전무가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대원제약이 당분간 2세 경영을 지속하는 한편 3세 승계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원제약은 오는 8월께 골형성촉진제 `테로사`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당 제품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처음으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제약도 3세 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아버지인 김승호 창업주의 경영권을 승계 받은 지 10년 만인 지난달 초 보령제약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이에 따라 보령제약은 김은선, 최태홍 각자 대표체제에서 안재현, 최태홍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업계에서는 “김은선 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의 외아들인 김정균(34) 보령홀딩스 상무는 지난 2011년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삼정KPMG에서 근무하다 2013년 보령제약에 이사 대우로 입사했다. 2014년 1월 이사직에 올랐고 지난 2017년 상무로 승진했다.

김 상무는 보령제약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볼 수 있는 보령홀딩스의 2대 주주로 지분율은 25%다. 보령홀딩스는 보령제약 지분은 33.75%를 보유했다. 보령홀딩스 1대 주주는 지분 45%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한편 보령제약은 지난달 5일 “CMO 사업을 목적으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 중”이라며 예산에 신공장 건설 중임을 밝힌 바 있다. 생산능력은 기존 안산 공장의 3배 수준으로 전망되며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4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4세인 윤인호 상무(34)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중추신경계(CNS) 팀 차장, 전략기획실 부장, 전략기획실 생활 건강사업부 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초 상무로 승진했다.

윤 상무는 현재 동화약품의 주력 부문인 OTC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OTC 사업 부문은 활명수 및 후시딘 등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품을 다루는 회사의 중심 사업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윤 상무가 경영 수업을 받는 동시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상무가 지난해 초 OTC 사업 부문을 총괄하기 시작한 이후 3분기까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동화약품 전체 매출액 2589억원 중 OTC 사업 부문 매출은 1359억원에 달했다.

윤 상무는 앞서 동화약품 지분 15.22%를 보유한 계열사 동화지앤피의 등기임원에 선임된 후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동화지앤피는 활명수 등에 사용되는 유리 용기를 제조 및 납품하는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장수 업체가 많은 만큼 회사를 지속해서 이어나가기 위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오너 2~4세로의 세대교체 준비 속도가 빨라지면서 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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