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여성소비자신문=정효정 기자] 지난 한 해는 여성과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았던 친고죄 조항이 폐지됐으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성범죄 및 음란물 제작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이에 성폭력 특위 위원으로 활약하면서도 교육,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 박인숙 국회의원을 만나봤다.

-그 동안 아동과 여성, 그리고 의료 복지와 관련해 많은 활동을 해왔는데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아동, 여성, 의료, 복지뿐만 아니라 교육, 인권 등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다. 그 관심의 시작은 대부분 뭔가 불만족스러운 것에서부터 비롯됐던 것 같다.

예를 들면 평소 언론사에 낸 기고문들을 모아서 발간한 내 책에 대해 서울 미대 김병종 교수가 ‘이번의 책은 그이가 세상을 향해 쏘아댄 글의 화살이다’라는 표현으로 정리를 해주기도 했다.

그만큼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참여도 하고 있었지만 신문에 기고문을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있으면 가만있지 못하고 기어이 바꾸고 마는 성격도 작용을 했다고 본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개정됐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또 아청법 중 표현물과 관련된 2조 5호가 문제가 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6, 7월에 연이어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국회의 ‘아동․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특별위원회 구성 후 나는 물론, 많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수많은 개정안들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친고죄가 폐지된 것은 가장 큰 성과다. 또한 성범죄자 정보공개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형량 강화, 전자발찌 부착 요건을 완화하는 등 많은 법 개정이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입법 영향 평가가 일반화돼 있지 않아 객관적으로 법률 개정의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실제로 법 개정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재범률을 낮추는 데에는 확실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법 개정의 성과 중 하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및 음란물 제작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된 것을 들 수 있다. 그 중 ‘표현물’이라는 규정의 모호함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고, 실제로 개정 과정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았던 사안이다.

그러나 실제 사진이나 영상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스토리 상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으며, 경찰과 검찰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의 실무 가이드라인 설정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있었다.

무엇보다도 항의전화의 대부분은 ‘표현물의 제작자’였을 뿐 ‘표현물의 소비자’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일부 이익집단을 위한 입법을 할 수는 없었다는 것도 언급하고 싶다.”

-그 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았던 친고죄가 폐지됐다. 친고죄 조항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폐지함으로써 앞으로 성범죄 신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갖춰져 있는 피해자 사후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친고죄의 문제점은 성범죄의 처벌 여부를 피해자에게 미뤄 버리기 때문에 고소 여부에 대한 부담을 피해자가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친고죄 폐지로 인해 성범죄가 더 이상 피해자의 사적 영역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공적 영역으로 바꿨다는 것에 있어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성범죄의 신고율은 물론 제대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게 됐다고 예상할 수 있다.

사후 지원 대책의 경우 성범죄 피해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다른 범죄의 피해자 지원은 법무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또한 어느 한쪽으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실질적으로 범죄 피해자 구조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지원 확대의 필요성은 있는지, 지원 확대의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에 대해서 추가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판결이 처음으로 내려졌는데 동의 없이 법원의 판결만으로 처분이 이뤄진다는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화학적 치료를 논하기 위해서는 ‘성범죄’보다 ‘성충동의 조절능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

연쇄 성범죄자의 경우 자신이 스스로의 성충동과 폭력성에 대한 조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조절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서 범죄자 스스로도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현행법상의 화학적 치료 명령이 청구될 정도의 범죄자라면 대부분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동의 여부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직 속단하긴 어렵지만, 화학적 치료 시 재범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외국 사례와 비슷한 통계적 수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인권 측면에서 볼 때에도 재범위험성이 큰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처분이고, 법원판결에 따른 것이며,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성 기능이 원상회복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사회적 함의와, 절차적 정의와, 인권 침해 모든 부분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 등 아직 성폭력과 관련된 많은 범죄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지난 반년 간의 입법 활동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형법상 실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폭행 여부나 행위 양태에 대한 생각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명확하게 범죄라고 할 수 없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 법률적인 제제를 통해서 규율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때문에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명확한 정의가 없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많은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은 제도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공교육, 캠페인, 사회적 사각지대 해소 등을 통한 보완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인 출신으로서 굳이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선택한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앞으로 활동 방향이나 준비하고 있는 법안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활동 방향이 어느 한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에도 준비 중인 법안이나 세미나 등이 정말 여러 가지 있지만, 활동 전에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말보다는 활동 후에 ‘그동안 ○○○ 일을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만, 2012년 국회사무처 선정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소신을 갖고 잠자는 시간 줄여가며 정책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은 말을 하고 싶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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