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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서학습(SEL)으로 청소년 범죄 예방을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11.29 15:55

[여성소비자신문] 우리나라가 무서운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성년 10대들의 극단적 범죄가 보도되고 있다. 같은 아파트 어린이를 유괴하여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지난해의 엽기적인 사건 후에도 PC 방비 2000원을 주지 않는다고 자기 아버지를 폭행 살해한 14세 어린이, 학교성적 때문에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 등이 연속되더니 다문화 가정 출신 동급생을 아파트 옥상에 불러내어 집단 폭행하여 옥상에 떨어져 죽게 한 남녀 중학생 6명 등 수많은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친구의 돈을 갈취하기 위하여 폭행 후 강제로 옷을 벗겨 성기를 노출시킨 동영상을 유포하는 성폭행 등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한 미성년자들의 범죄 소식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물론 온 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무서운 폭력이 일상화 된 문화 속에서 자라는 우리 청소년 자녀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다음 시대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소년법을 폐지하여 비록 어린 나이 이지만 이러한 폭력범죄의 대가가 보호처분으로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자는 의견이 비등하고 있어서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미 25만 건을 넘었다.

현재의 소년법이 오래전인 1958년도에 제정되어 미성년자들의 범죄에 대하여 너무 관대하다고 보는 것이다.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하는 이 법은 성인의 경우와는 달리 징계보다는 교육의 관점에서 잔혹한 범죄일지라도 소년 분류 심사원이나 소년원 등의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10세에서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촉법소년’ 그리고 14에서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분류한다. 촉법소년은 처벌이 없으며 범죄소년은 최고 20년까지만 형을 선고받는다. 아직 정신발육이 완성되지 않은 소년범은 범죄습성이 강하지 않아 교육과 훈육으로 교화가 용이하므로 강한 처벌이나 징계로 그들의 앞날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 범죄가 과거에 겪어본 것들에 비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잔학성과 포악성을 보이고 있어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보호위주의 소년법에 따른 관대함이 청소년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어느 여론조사에 의하면 참가자들 가운데 90% 가량이 처벌을 강화하거나 소년법을 아예 폐지하는데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소년법 미성년자 형사범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일부 전문가 단체에서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저연령 소년범죄를 강력하게 형사처벌 한다고 해서 소년범죄가 감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년의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었으나 소년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고 유엔(UN)의 아동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일리 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법적인 조치나 대책에 앞서 우리가 자녀들의 학업성적 올리기에 전력투구한 것처럼 청소년들의 도덕적 인성개발에 힘써왔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정신발육이 미숙하여 충동조절 능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적절한 인성교육과 훈련이 주어졌는지 검토하고 지금까지 미비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처벌에 앞서 예방을 위한 교육훈련이 우선되거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계는 물론 종교계나 여러 아동교육과 관련된 사회단체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도덕성을 기르기 위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바람직한 인성함양에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물질만능과 이기적 개인주의가 날로 더해가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도덕교육은 한계점이 있다는 것이 날로 증가하는 청소년들의 극단적 범죄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전통적인 도덕교육은 이웃사랑, 사회정의, 효도 등 바람직한 덕목이나 성품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이해시키며 스스로 실천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보고 느끼는 현실은 도덕교육과는 너무 다른 거짓과 위선 폭력적이며 각종 비윤리적 문화매체에 노출되고 익숙해지면서 바람직한 덕목은 지식에 그치고 개인의 도덕성은 상실되기 십상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하여 선진화 된 서구 사회에서 이미 겪어온 도덕적 인성교육의 한계점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이해하고 배우는 지식으로서의 도덕성이나 성품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에서 한걸음 나아가 배운 것을 사회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사회정서학습(social emotional lerning, SEL)을 실시함으로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과학기자 겸 저술가인 골먼(D. Goleman)이 제시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기초로 하여 감성지수를 높임으로 사회정서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회정서능력은 사회생활에서 사람들과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SEL 프로그램에서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함으로서 주위의 사람들과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을 익히고 훈련한다. 감성지능 향상을 위한 이 프로그램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수십만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많은 학생들이 국어나 수학처럼 과목을 이수하고 있다.

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긍심을 높이며 혼란스럽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도 감정과 충동을 억제하며 감정이입 훈련으로 갈등해소와 타인과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 행동개선이 이루어져 약자 괴롭힘(왕따시키기), 폭력, 음주나 약물복용 등 비행과 폭력이 예방된다. 뿐만 아니라 이 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자료에 의하면 이 사회정서학습에 참여한 학생의 60% 이상이 출석률이 높아졌고 최고 50%가 성취도 향상을 보였으며 비행이나 징계건수는 대폭 감소되었다고 한다. 즉 사회정서학습은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고 관리하며 목표를 세우고 목표달성을 위한 실천,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와 좋은 관계유지 및 책임이행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 태도 및 기술을 익히고 실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교육과 훈련이다.

이 학습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 5가지는 자기인식, 자기관리, 사회적인식, 관계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나마 학생들이 학교성적과 진학 위주의 극심한 경쟁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서적, 사회적 역량이 낮음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정서학습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청소년의 범죄발생에 자극받아 조급하게 서두르느라 다른 나라에서 쓰고 있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껴 쓰지 않을가 우려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 및 교육환경을 고려하고 학교는 물론 가정과 종교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학습프로그램으로 연구 개발하여 효과적인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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