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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교육칼럼 ③]공부의 왕(王)도, ‘스스로 학습’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18.11.26 14:10

[여성소비자신문]스스로 공부한다는 것은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에게 무엇이 문제인가를 인식하고 그 해결을 목표로 적절한 방법을 스스로 고안하면서 학습하는 과정을 말한다.

누구에게서 도움을 받고 같이 할 수 있는가도 스스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학교나 학원의 계획된 교육과정과는 달리 배움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다. 이렇게 스스로 해 나가면, 그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고 창의적인 안을 만들며 스스로에게 책임지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또한 교육 내용과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의 지능정보사회에서 자신의 주도적 학습능력은 학교 교육 이후의 삶에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는 답이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의 매뉴얼이나 표준들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같이 논의하면서 문제를 풀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신장하기 위해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게으름이나 불성실이 일어날 기미를 보이는 ‘초기 상태(幾, 낌새, 조짐)’를 확실히 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게을러질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낌새가 있자마자 이를 시살(廝殺)하려는 자세로 과단성 있게 마음을 다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연습이 자꾸 쌓이면 절제와 삼감의 능력을 얻게 되어 자신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남명(南冥)이나 퇴계(退溪)와 같은 대유(大儒)의 말씀도 그러하였다. 삼가고 절제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열심히 궁리하면 사물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앎이 지극해진다고 한다. 곧 자득(自得)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공부의 요체(要諦)이기도 하며, 모든 성공의 바탕이 될 것이다. 비록 필자가 잘 못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나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것을 꼭 하고 싶다”고 말하고,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과학시험에 80점 이상 꼭 받고 싶다. 내 능력으로는 하루에 학교공부 말고 2시간 이상 공부하면 된다. 컴퓨터 게임도, 친구 만나는 일도 포기해야 하다. 실패는 모두 내 탓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상황이 되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80점을 꼭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학생들은 컴퓨터 게임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실패해도 과학을 싫어하는 자신의 성격이나 학원에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라 변명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자신을 믿게 되면 우리 뇌는 이를 실현할 길을 찾는다. 잠재력이 커지고 실제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은 다른 사람이 주는 이미지나 자신의 과거경험이 아니다.

주위에서 “수학에 자질이 없어” 등의 말을 듣거나 시험에 실패한 경험이 있으면 “수학에 자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잘못된 일반화이다. 믿음 없는 수학은 재미없고, 공부하기도 싫을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참담할 것이다. 자신을 믿는 것은 스스로 일어서서 공부하는 데에 정말 중요하다. 의학에서 프레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공부에 성취가 부진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집중력이나 학습전략의 부재일 수도 있고 아이의 성격이나 건강이 원인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가정 내에서 또는 또래나 선생님과의 갈등이 그 이유일 수도 있다.

흔히 아이들은 “시험 못 본 이유”에 대해 노력 부족, 배우지 않은 부분 출제, 과목에 대한 자질 부족 등을 든다. 그러한 일이 생기면 부모들은 흔히 도와주려 사교육을 찾거나, 포기하게 된다.

여기서 사실은 대화로 아이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도우는 일이 중요하다. 부모나 주위의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시간을 잘 활용하게 하려면 학습계획이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예습 복습의 중요성을 말해줄 수도 있다.

자녀의 갈등이나 공부 환경의 문제는 주로 담임 선생님이나 교과 선생님 및 다른 관계자들과 상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감 부족과 성적 스트레스 역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중학교에서 농구 말고는 말썽만 부리던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농구에 자신감을 붙여 수능시험도 잘 보고 체육대학에 입학한 사례도 있다. 또한 학습에서 노력은 강조하되 결과는 그대로 받아드려야 한다. 그러면 자녀는 스트레스 없이 오히려 더욱 책임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갖도록 도울 것인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바는 대략 자녀의 자율학습 의지를 북돋아 주고, 칭찬하고 격려하며, 자신의 흥미와 욕구를 드러낼 수 있고 부모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녀와의 깊이 있는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가지 크게 주의할 점은 되도록 부모는 조언자의 입장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답답하고 좋은 답이 눈앞에 보여도 되도록 참으면서, 자녀 자신이 스스로 찾도록 꾸준히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는 결국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자율적 학습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을 것이다. 또한 과도한 사교육은 자제해야 한다.

사교육도 자녀의 요청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자녀가 얼마나 자율적이고 자아를 지닌 존재인지를 부모가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녀에게도 그러한 자율과 자존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러한 느낌이 자율적 학습능력 형성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스로 공부하기”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학교의 수업도 상당 부분 바뀌어야 한다-모두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오늘날 과학과와 사회과에서 언급되고 있는 “학생과 교사가 같이 만들어가는 수업” 등은 그러한 흐름을 지닌다.

교육과정도 학생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게 크게 유연해져야 한다. 또한 자녀에게 그렇게 조언할 수 없는 형편에 있는 가정도 도와야 한다. 학교 제도도, 대학의 입학전형도 학생의 자율성을 반영할 수 있게 그리고 학생 스스로의 노력이 효능성을 지닐 수 있게 개편되고, 많은 부분 사회(또는 산업)와(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물론 이 일을 학교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다.

“스스로 학습(學而時習之)하기”는 자기를 닦는 일(修身)이자 공부의 핵심이다. 내일을 살아갈 한국인의 삶의 필요조건이며 세상의 평안을 이루는 기초이기도 하다. 이 일을 제대로 이루는 것은 시급한 국가의 책무이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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