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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 건강 칼럼②]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료 현실
은명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 승인 2018.11.05 14:18

[여성소비자신문]전 세계 어디에서든 질병으로 인한 아픔이 지속되어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사람들은 의료인을 찾아가게 된다. 즉, 환자로서 의료 기관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자국민이나 이주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나 다 같은 한 사람, 환자로서 찾아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 내국인들이 보지 못하거나 또는 알면서도 보려하지 않았던 이주민 환자들의 현실에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그들을 위해 우리가 변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려 한다.

첫째는 ‘이주민들과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 국민들과 같은 환경 아래 똑 같은 질병들에 접해서 똑 같은 아픔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본인이 2018년 가을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의사로서 그들을 맞이했던 순간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아픔을 조기에 표출하지 못하거나, 표현해도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아서 이미 악화된 상태로 뒤늦게 의료 기관을 찾는 경우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적지 않았음을 분명히 기억한다.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는 자신의 아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표현을 해도 그들의 아픔을 직장 상사나 주변인들이 인정해주지 않아서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악화된 후에야 비로소 의료 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질병 초기 단계에 치료를 했으면 시간적, 경제적 문제가 없었을 상황이 너무나 큰 비용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직장 근로자에게 ‘아픔’이란 단어는 자기 스스로 표출하여 상사나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어쩌면 도움의 호소를 주변에서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자신들의 취업입지에 문제가 있을까를 걱정하여 스스로 아픔의 표현을 늦추는 경우도 있다. 또 아픔을 표현해도 직속 상사나 사장님들로부터 무시되어지는 경우가 내국인들에 비해 더 많다는 것을 진료실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목격은 비단 나의 진료실만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상황들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는 더 많은 의료 기관에서 더 많은 의료인들에 의해 인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째는 ‘환자의 권리’는 내국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경우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에 개인의 프라이버시시(privacy)가 최대한 존중을 받는 환경 속에서 진찰을 받고 치료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환자로 오는 경우 직속 상사나 사장님이 그들의 법적 보호자라는 이유로, 진찰실에 환자와 함께 들어와서 지켜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려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어떤 경우는 젊은 여성 환자를 진찰하는 현장에 남성의 직속 상사나 남성 사장님이 함께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환자의 보호를 위해 진료실 밖으로 나가달라는 의료인의 요청에 도리어 큰 소리로 자신은 적법한 보호자로서 당연히 진료실에 있어야 한다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특정한 위험성을 지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라 할지라도 환자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져야 한다. 모든 환자들에게는 부모 앞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숨기고 싶어 하는 증상들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정확한 질환을 찾기 위해서는 진료실에서의 환자 면담 상황이 원치 않는 타인에게 공개되어서도 안 되며 의료인들은 진료실에서 보고 들은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진다.

만일 내국인이었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을 외국인 노동자의 상사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행하는 그들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진정 아시아의 의료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혹자들은 말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직장 동료로서, 상사로서 그들을 도와주기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진료실에 함께 들어오는 것이라고. 또한 외국인 노동자가 진료실에서 말이 안통해 과잉진료를 받을까 걱정되어서 라고도 말한다. 물론 그런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인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하기에는 너무도 과한 친절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면들이 많았다.

차라리 의료인들이 외국인 환자분들을 위해 진료언어를 준비하고 그 매뉴얼대로 진료를 보면서 환자인권을 지켜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이러한 노력들을 많이 보이고 있고 글을 쓰는 본인도 각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진료언어를 매뉴얼화 하여 진료에 이용하고 있다.

셋째로, 어쩌면 ‘그럴 리가?’ 라는 의문까지 품게 되는 사례들을 이야기해 보겠다. 이 이야기는 비록 극소수의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 극소수의 피해상황의 대상이 되는 외국인 노동자 당사자에게는 신체적 피해의 전부가 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외국인 노동자가 의료 기관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확진을 받아서, 적극적인 치료의 권유를 받았을 때, 그 환자의 치료와 관련한 결정은 환자 자신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절대로 모든 기업에서 보여 지는 현상이 아니며, 반인륜적 현상을 보이는 극소수의 기업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확한 진찰과 검사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질환이 확진이 된 순간조차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자신 스스로 치료를 위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직속 상사나 소속 회사의 대표자에 의해 판단되어 결정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나 한 사람이 본 사례가 전부일수도 있으나 과연 이런 사례를 의사의 한사람인 나만이 보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은 절대로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즉, 외국인 노동자들 중 소수는 신체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타국의 한 도심 속이나 시골이나 어디에서든 겪으며 살아갈 수 있고, 그들은 자신들이 받는 처우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지내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의 여러 의료기관 내의 벽면에서 ‘환자권리장전’이라 쓰여 있는 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환자권리장전’의 주요 항목 중 하나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며 이는 환자가 치료 방법에 대한 의사를 밝히고 선택할 수 있는 자기 권리이다.

의료 기관에서 또는 의료인들이 환자의 권리를 여기저기서 외치며 알리려 한다고 해도 정작 그 대상인 환자들을 위해 법적 보호자라는 호칭을 받으신 분들께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 권리장전은 단지 내국인들만을 위한 공허한 선언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이주민이기 전에 한 사람의 환자로서, 외국인 노동자이기 전의 한 환자로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이방의 한 환자로서 그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지켜져야 하는 인간 존중과 평등을 기반으로 한 인권이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쳐 세워진 인간 존중과 평등사상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서 세워진 것은 아니다. 적어도 국민의 저항이 필요할 때는 저항을 했고, 국가가 지켜줘야 할 때는 국가가 나서서 강제적 규정으로 막아주기도 하였고 사회적 이념이 지켜줘야 할 때는 시민의식이 뒷받침해 주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다시 한 번 사회의 이면들을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제의해 본다. 제도적 뒷받침에는 부족함이 없었는지, 시민의식 속에는 방관함이 없었는지, 자국민을 위한 정책에는 소홀함이 없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모든 사회 저변의 모습들을 다시 한 번 들춰 보고, 받지 말아야 할 처우를 받는 환자들이 존재하는 지를 점검하고, 시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시정하고,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듯이, 다문화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국내 의료 환경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들이 가지는 환자의 권리의 면에서도 보편성과 불가침성은 보호되어야 한다.
 

은명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bryonsil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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