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음력 팔월 보름을 일컫는 추석의 순 우리말은 가위나 한가위다. 달이 가장 밝은 가을의 한가운데 날이라 하여 중추(中秋)절이라 했다. 추석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의 저녁이지만 달 밝은 저녁의 월석(月夕)과 중추가 합쳐져 추석이란 아름다운 명절 이름이 만들어진 듯하다.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명절이다. 우리의 추석과 비교되는 서양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있지만 시기적으로도 차이가 있고 달, 즉 음력 문화 속에서 형성된 감사와 풍요 기원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송편도 달과 관련이 있다. 송편은 빚기 전에는 동그란 보름달이지만 빚으면 반달 모양이 된다. 보름달은 날이 갈수록 기울지만 반달은 하루하루 채워져 보름달이 되는 성숙과 충만의 의미를 갖는다. 차례 상에 송편을 올리는 것도 바로 이런 기원을 담은 것이다.

추석이 되면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송편을 빚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께 감사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이러한 전통은 부여의 영고, 동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과 같은 상고시대 제천의식에 닿아 있다. 강강술래나 쾌지나칭칭나네 같은 가무도 농사일의 고됨을 풀고 다음해 농사가 잘되기를 빌며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췄던 축제 의식에서 생겨난 것이다.

불과 40~50년 전까지도 이어져오던 전통문화가 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도 명절이면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지만 공동체 의식이 얕아지면서 전통의 좋은 점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부각되는 현실이다.

언제부턴가 ‘명절증후군’이 사회 문제로 등장해 명절문화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나 가사노동 등에 의해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축제여야 할 명절이 부담스러운 의례가 되고 있다. 더구나 가정의 중심인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증후군이라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에는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편지 못하는 남편이나 시부모까지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명절이 지난 뒤 고독감을 느끼는 황혼 명절증후군도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복잡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명절 때 모든 일의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답은 바로 격려와 배려에 있다. 먼저 가족 간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남편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다. 셋째는 가족들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넷째는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화 주제는 피해야 한다. 다섯째는 고생하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명절은 모처럼 가족들이 한 자리 모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나만 힘들고 손해 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파티를 즐기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조금씩 배려하고 이해하고 격려한다면 행복한 명절이 되지 않겠는가. 추석의 가장 큰 선물은 격려와 배려다.

권갑하 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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