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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운동 40년’ 송보경 E컨슈머 단장 “에너지, 효율화 ‧ 절약이 핵심”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08.24 09:46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사)E컨슈머 단장을 맡고 있는 송보경 교수가 1970년대 초 처음 소비자 운동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소비자’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사람들은 ‘소비자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고, 전쟁 이후 해외로부터 원조를 받던 시기를 막 지난 당시의 한국 사회는 안전 기준이나 검사 없이 외국 기업들의 수출품을 무분별하게 사들였다.

여성이 고등 교육을 받기 어렵던 시대에 서울여대와 필리핀국립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소비자 운동은 인권운동이자 생명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신념을 갖고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기 위해” 소비자 운동가의 길을 결심했다.

송 교수는 80년대 ‘소비자 시민 모임’을 설립, 회장을 역임한 후 지금도 ‘소비자 리포트’, ‘석유 시장감시단’ 대표를 맡아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교육캠프, 석유 가격 리포트 발간 등을 이끌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이 40여 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한국 소비자 운동의 개척자를 만났다. 다음은 송 교수와의 일문일답.

- 송 교수님은 지난 40여 년간 국내 최초로 잔류농약 기준을 세우고,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식품과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하셨다. 그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소개해 주신다면?

“우선 축하할 일이 있더라. ‘여성소비자신문 도농교류협력단’이 출범했던데 나도 이전에 농업과 관련된 일을 맡았던 적이 있다. 수입 식품에 농약이 뿌려지는 데 이것이 안전하냐 아니냐 하는 것과 당시 세계적으로 막 주목받기 시작했던 유기농 농산물이 깨끗이 생산되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해 우리(김재옥 국제유아식품행동망 동아시아 대표·송보경 교수)가 다른 소비자 단체들과 분명히 다르게 접근한 것이 있는데,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다. 무엇이냐면 농약이 문제가 있다고 할 경우 농약을 생산하던 노동자, 그 농약을 사용하는 농민은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국제적으로 다루면서 접근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수입밀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90년대에 말라티온, 클로르피리포스메칠 등 농약에 대한 잔류 기준을 만들고 당시 미국에서 수입하던 밀을 검사해 국내에 들여오는 밀의 농약 검출량이 기준치의 132배에 육박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밀은 당시에는 잔류농약에 대한 기준도 없었다. 밀을 필두로 자몽에서 암을 유발하는 농약 ‘알라’가 묻어있었던 것을 밝히고 불매운동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한때는 ‘자몽 교수’라고 불렸다(웃음).

또 하나 체르노빌 낙진사건도 있는데,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 때문에 버려진 유럽의 오염 식품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을 밝혀낸 일이다. 사실 이 사건은 원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전이 안전한가 아닌가를 떠나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고, 누군가 당했다면 우리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도 그래서 드는 것 아닌가. 원전에 대해서 조심하자고 하는 것은 주기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도, 러시아(당시 소련)에서도 일어났고, 일본에서도…. 각지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조심하자는 거다.

체르노빌 낙진 사건은 당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북서풍이 불면서 유럽 전역으로 방사능 낙진이 날아가 식품 전반을 오염시킨 것 때문에 발생했다. 오염지역에서 나는 식품들은 전부 폐기처분 되었는데, 어느 날 유럽의 소비자단체에서 ‘오염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이 한국으로 들어가니 이에 대해 알아보라’는 제보를 받았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니 검사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떤 기관에서도 이를 진행해주지 않고 검사기준이 없다며 회피하려 했다. 소비자 쪽에 서지 않고 ‘시끄러운 일은 피하겠다’는 게 그 당시 국가 기관의 태도였다.

검사가 어려웠기에 당시 ‘소비자시민모임’에 출입하던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국정감사에서 체르노빌 낙진 오염지역 식품수입처리 건을 질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분이 유럽의 낙농 제품에 대해 검사한 것이 있느냐, 하고 국정 감사에서 물으니 소비자단체에는 ‘기준이 없어 검사를 못한다’던 실험기관이 자료를 내더라. 국회에 자료가 제출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들어서 문제를 제기하고 체르노빌에서 오염된 낙농 제품이 수입됐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소비자 운동이 방 안에서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특히 지금 소비자단체들에 아쉬운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것인데, 즉 국회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시민운동을 하고, 국회의원 중 의식이 있는 의원이 일하도록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현장에서 일하다 말고 국회로 들어가면(국회의원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시민운동이란 곧 인력 싸움인데, 현장에는 일 할 사람이 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 송 교수님은 소비자 운동을 처음 시작하신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사)E컨슈머 단장을 맡고 계신다. (사)E컨슈머는 소비자, 기업, 정부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소통 부재로 인한 불안, 불만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투명하고 건전한 에너지 시장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와 환경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교수님은 정부의 플라스틱 저감 정책과 각종 규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정부 정책은 전기요금, 플라스틱 등 문제들을 표피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냐를 결정하고 가야 한다. 그것 없이 하나하나의 문제마다 각각 대책을 마련하면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 있다.

플라스틱도 방향이 분명하게 서야 한다. 이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오염의 문제인데, 환경오염 관련 비용을 얼마까지 지급할 의사가 있느냐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플라스틱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플라스틱이 재활용 쓰레기 발생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플라스틱 문제와 관련된) 한가지 요소이기는 하다. 다만 당장 최종 소비자 이전에 플라스틱 생산자와 사용자가 있을 텐데 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등의 정책 방향이 먼저 서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하면 제조자 쪽에서 생존권 등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정책이 이런 것에 주춤거려서는 안 되는데, 지금 정책이 그런 것 같다. 그건 아니지 않으냐 하는 얘기다.

플라스틱을 줄이자면 플라스틱 생산 관련 산업과 사업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중간에서 이를 사용하는 커피점이나 각종 매장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최종 소비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고 이를 소비자에게(따라 줄 것을) 요청하고 해야 한다. 다만 현재는 그런 것이 불분명한 것 같다.

- 7, 8월 폭염에 전기 요금 등도 이슈가 됐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과 관련해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생활과 연결되어있는 만큼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나.

“김재옥 대표와 ‘내가 낸 전기요금 어떻게 계산되나?’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일전의 정부 발표는 ‘더위가 계속되면서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어난 데 따른 전기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건데, 언론도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향이 이상하다고 본다.

전기요금이 만들어진 이유가 있고 틀이 있다. 그 틀은 흔들면 안 된다. ‘틀에 문제가 있으니 바꾸자’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재의 문제는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기 요금도 많이 나오게 됐다는 응급상황에 대한 처방인 셈인데, 이 응급처방과 전체의 틀을 바꾸자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현재 소비자들은 내가 전기를 얼마나 쓰면 요금이 얼마 청구되는지, 어떻게 이를 줄일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싶어 한다. 정부는 ‘당신이 전기를 얼마큼 썼으므로 이만큼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이 과다하므로 일부 감면해 주겠다’는 것인데 이 방향 자체가 타당한가 아닌가를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기 요금과 탈원전, 누진제 등 정책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이 문제가 섞여버리게 되면 소비자는 할인을 받으면서도 명쾌하게 해결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정부도 세금을 들여서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부담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정부도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비해 빛이 나지 않는 듯싶다. 한전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폭염으로 인해 당면한 전기요금은 따로 다뤄야 할 문제라고 본다. 정책을 소비자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권의 이념에 맞추거나, 소비자를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적용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 누진제 등 전기 요금 개편과 이번 한시적 할인, 원전을 따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

“그렇다. 에너지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하자면, 탈원전에 관한 것은 영원한 물음이고 모두가 각각 다른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 세계 환경대회와 같은 행사에 참석하면 기후변화가 당면한 문제인 만큼 이념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크게 두 가지의 해법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CO2 발생의 주원인인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소비자 편익을 해치지 않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를 시키자’ 이 두 가지다. 이에 비춰보면 우리나라도 폭염이 오거나 폭설이 오거나 관계없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기술적으로 효율화시키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원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원전 사용 찬반이 나눠지는) 국내 상황이 특수한 것은 아니다. 원전이 CO2 발생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고 주장하는 집단과 당장은 저렴하지만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갈리는 것은 전 세계가 똑같다. 다만 이들도 석탄을 줄이고 풍력·수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가자는 것을 공통으로 주장한다. 세계적인 현황이 이런 것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에도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닌가.

다만 한국 사회가 다른 것은 정치적 진보, 보수 등 이념에 따라 에너지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과 정치적 이념같이 서로 상관없는 두 가지 문제를 섞어놓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 아닌가 보고 있다."

- 소비자들도 스마트해야 하는 시대다. 40년 소비자 운동가로서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전기 요금을 계산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알 권리가 있음에도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흔히들 ‘전기세’라고 잘못 표현하고는 하는데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니고 서비스에 대한 대가 지급이다. 세금과 요금은 다르다.

또 에너지 절약의 핵심인 에너지 효율화는 소비자의 편리함을 저해하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효율화 제품을 선택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그리드나 스마트 미터 등을 장착하면 얼마나 이득이 있는지. 얼마나 절약하게 되는지를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탈원전 여부와 관계없이 소비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휘발유를 사용하든 전기를 사용하든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 단체의 역할은 따질 것은 따지고 ‘소비자에게 절약합시다, 효율적인 상품을 삽시다’ 하고 권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화와 절약이 핵심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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