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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강화해야“스토킹 피해자 대다수 여성· 가해자는 직장 동료, 전 배우자 등 아는 사람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07.09 10:50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 5월 10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젠더와 입법 포럼을 개최하고 ‘제정안에 포함된 피해자보호·지원, 처벌·제재 등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3일 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주제로 제21차 젠더와 입법포럼을 개최하며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날 행사는 한국여성의전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정춘숙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한국여성변호사회와 공동으로 개최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스토킹 등 범죄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초기에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스토킹이 폭행, 살인 등 신체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이 범죄를 ‘경범죄’로 분류하여 과태료 부과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인숙 원장은 “지난 5월 10일 법무부가 제출하여 입법 예고한‘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피해자 보호와 법의 실효성에 있어 염려를 낳고 있다”며 “스토킹 범죄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초기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강력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실시했던 한국여성의전화 스토킹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는 주로 여성, 가해자는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남성으로 나타났다.

송 사무처장은 “2017년 258건, 올해 93건의 스토킹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 1건을 제외하고 피해자 성별은 여성, 가해자는 7건을 제외하고 전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토킹은 성폭력, 데이트폭력, 가정폭력과 같이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연장선에서 사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는 대부분 ‘아는 사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사례분석에 따르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모르는 사람, 미파악 건을 제외하고 97.4%가 아는 사이였다. 가해자 유형으로는 (전) 애인이 51.9%로 가장 높았고 (전) 배우자 12.3%, 직장 관계자 10.5%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가정 폭력 가해자에 의한 스토킹 피해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다. 송 사무처장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스토킹은 피해자와의 관계가 ‘가족’이기 때문에 스토킹으로 명명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스토킹 피해 유형은 생활통제, 대인관계 및 학업과 직장생활 중단 등 사회적 피해부터 상해, 질병, 임신, 살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스토킹 피해는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스토킹 처벌법에는 스토킹 범죄행위 및 피해자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정의와 피해자에 대한 잠정조치가 아닌 촘촘한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토킹 처벌법 제정 법안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인 피해자 및 신고자의 신변안전조치나 개인정보 보호, 불이익한 처우 금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김 위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토킹을 규율하는 법안은 ‘경범죄 처벌법’이 유일하다. 스토킹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규제하는 법률은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대신 스토킹을 구성하는 개별 행위의 성질에 따라 법률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피해자를 위협한 행위는 협박죄,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죄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스토킹 범죄를 구성하는 개별 행위들이 형법이나 기타 특별법에 해당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 위원은 “이 또한 (법률로 금지되는) 행위에 각 8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데 그친다”며 “스토킹이 더 큰 피해로 확대될 수 있음에도 사전적으로 개입할 근거가 없고, 범죄가 이미 발생한 후에 사후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뿐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현행법은 스토킹 범죄를 막기에 모자람이 있다"며 "스토킹을 구체적인 행위를 열거하는 방식의 개정만으로 처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제정법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김 위원은 “제정법안에는 피해자 보호에 대해 전담조사제조항만을 두고 있다”면서 “피해자 보호에 대한 내용은 단 한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의 법안들이 대부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할 것’ 등의 요건을 두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위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였는지 여부를 요건으로 할 경우 피해자가 어떤 의사를 표시하였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어 입증의 부담이 피해자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위자가 상대의 동의를 얻어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인지를 묻는 방식으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편 이날 행사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사안은 제정법안이 스토킹 범죄의 기본조항을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가해자의 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반의사 불벌죄로 지정한다는 점이다.

김 위원은 이에 대해 “이는 제정법안이 스토킹 행위를 공적인 범죄로 규정하면서도 사적인 판단의 여지를 남겨두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행위의 처벌이 피해자의 선택에 좌우되는 결과가 생겨 행위자 간 처벌에 불균형이 생기고, 피해자에게는 부담이 된다. 행위의 경중보다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처벌여부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피의자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기 쉽고 검찰이나 법원도 이를 피고인의 방어권으로 이해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이에 대해 “반의사 불벌죄는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스토킹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의사에 따라 조정 또는 합의할 수 있는 사적인 행위로 만든다는 한계가 있다. 최 팀장은 “성폭력 처벌에서 친고죄 규정이 삭제된 만큼 스토킹 피해에 있어서도 반의사 불벌죄를 명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한편 제정법안이 가해자에 치료프로그램 및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등을 내리게 한 조항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장응혁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러한 교육은 추가적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보안처분적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반드시 법원만이 교육 여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며 “다른 경우에도 가해자가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이러한 교육이 제대로 이수 될지는 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토킹 범죄가 법정형만을 놓고 볼 때는 성매매와 같이 비교적 가벼운 범죄라고 생각되고, 특히 가해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로 모든 수강명령 및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대상자가 수강 및 이수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이수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여 경고를 받고 재차 불 이수하더라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잠정조치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교수는 “이러한 경제적 제재만으로는 현장에서의 신속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 명령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스토킹 범죄에 징역형까지 가능해진다’며 여성부, 폭력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 강화’라는 제목으로 여가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입법 예고된 법률안을 검토한 결과 반드시 수정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원 변호사는 “법률안에 의하면 잠정 조치는 2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두 차례만 2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안에 의하면 피해자에 대한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를 중단할 것에 대한 서면 경고 ▲피해자 주거 100M 이내 접근 금지 ▲피해자에게 전기통신을 통한 접근금지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장 6개월로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과 사생활의 평온을 보장하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게 원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피해자 보호 명령제도를 두어서 법원이 피해자의 상황을 심리하고 범죄예방에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는 “(피해자 보호 방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 임종필 사무관은 여가부가 검토 중인 방안으로 “여성폭력의 규정을 현행 성매매, 가정폭력, 성폭력뿐만 아니라 스토킹, 데이트 폭력까지 포함하고 피해자들이 상담소나 보호 시설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근거 조항을 만드는 방안 또는 처벌법이 제정됨에 따라 그에 맞춰서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격리법을 만드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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