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성 기획특집
"피해자 상담 위해서라도" 여성폭력방지상담원 처우개선 돼야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06.28 18:34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남인순 의원, 전국여성폭력방지상담원처우개선연대는 2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여성 폭력 방지 상담원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약 600여개소의 여성폭력방지시설 상담원들이 모였다.

토론회는 성폭력 및 가정폭력 뿐 아니라 성매매, 이주여성에 대한 젠더폭력 등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원들의 처우와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됐다. 김영자 전국여성폭력방지상담원처우개선연대(이하 처우개선연대) 대표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소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임금체계의 개편▲ 경력과 직급 반영이 불가한 대체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 개선▲ 3~4명의 상담원이 365일 근무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노동환경 개선▲ 경력 3년 미만의 상담원 이직률 60%에 따른 역량과 전문성의 약화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남인숙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미투 운동 확산 과정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2차 가해, 명예훼손이나 무고죄 역고소 등은 피해자들 뿐 아니라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에게도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원들은 피해자중심주의에 대한 이해, 성평등 관점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심리적 치유를 위한 의료적·법률적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자연히 상담원들의 교육과 보수교육이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와 근무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지원사업의 경우 현행 사회복자사업법상의 사회복지사업임에도, 시설 종사자의 인건비는 사회복지시설 가이드라인의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휴게시간,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 휴가일수 등 근무환경은 다른 복지시설보다 열악하고, 특히 성폭력 피해자 관련시설이 더욱 안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직 사유 중 대다수가 ‘낮은 보수’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현재 시설 종사자들의 근무 현장에서는 ‘상담원과 종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양질의 서비스 제공과 전문성 축적을 방해하고 그 피해는 다시 폭력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다. 또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젠더 폭력 피해자 지원 사업은 여성가족부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사업에 사용되는 예산은 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남 의원은 이에 대해 “예산 편성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한계와 어려움이 노정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추진해온 사회복지사 단일체계 임금 도입 등 사례를 살펴보고 향후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활동가 및 상담원들은 가해자의 위협 등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춘숙 의원은 이날 “(상담소 종사자들의 급여는) 주야간은 물론, 평일과 휴일없이 일을 해도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라며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 종사자들과 비교해도 평균 35만원 정도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수의 시설이 호봉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여성폭력시설 종사자의 경우 인건비 가이드라인 조차 불명확하고 시간외 근무수당에 대한 구체적 지침도 없어 초과근무수당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2014년 전국가정폭력쉼터 협의회 조사결과 쉼터 종사자 중 70.1%가 40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데도 85.5%가 이에 대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여성폭력방지상담원들의 처우가 피해자들에게 제공하는 상담의 질과 맞닿아 있다는게 상담사들의 입장이다. 오승환 한국 사회복지사협회 회장에 따르면 여성 대상 폭력은 특정 집단을 대상화하는 증오범죄다.

그는 “우리나라도 1994년 성폭력 방지법, 1997년 가정폭력 방지법, 2004년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하면서 여성폭력에 대한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전국에 피해자 지원 상담소가 개설됐으며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만 2000여명 규모”라며“지금 여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행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명암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에 대한 폭로운동(#MeToo)이 잘못된 인습과 구조를 철폐하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다”면서도 “폭로당사자는 큰 짐을 지게 되고, 이런 불편함이 다른 피해자들을 주저하게 만들며, 용기를 낸 이들 마저도 다시 숨어들게 하거나 가해자들을 안심하게 만들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eToo 물결은 폭로로 그쳐선 안 된다”며 “이후 절차에 대한 상담, 피해자에 대한 지원등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배복주 전국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사회가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듣지 못했을 뿐 #MeToo는 지난 25년간 진행형이었다”며 “현재의 #MeToo 진행은 언론에 나와 말해준 피해자들의 용기에 힘입어 수십년 전의 사건부터 조직내 성차별, 성희롱 문제들을 상담소에 지원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 정도, 피해 이후의 재적응에 걸리는 시간 등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피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매우 심각하고 점차적으로 내용이 다양해질 뿐 아니라 지원요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어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제기된 문제는 여성가족부에 소속되어 있는 상담시설 종사자의 임금 체계와 서울시에 소속되어있는 상담시설 종사자의 임금체계 간의 차이다. 이날 처우개선연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여성복지시설 종사자는 지난 2015년 다른 복지시설과 비교해 80% 수준의 임금을 받다가 2016년 85%, 2017년 95%, 2018년 100% 수준의 임금을 받도록 개선되어왔다.

그러나 기타 여성 복지시설 종사자들의 경우, 2011년 임금 기준을 2013년에도 적용하는 등 시설마다 임금체계가 다르고, 사업비와 운영비를 포괄한 예산을 받아 매년 임금이 역산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경력산정에 따른 호봉 및 임금인상이나 연장근로 수당 등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신규직원과 장기 근속자 사이에 임금차이가 없고, 예산부족으로 장기근속자의 임금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인상되지 못했다.

처우개선연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매칭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인건비와 운영비 예산을 분리하여 지급하고, 여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처우개선의 공동주체로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 복지시설 종사자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가해자 및 피해자로 인한 폭력 예방 등 종사자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촉구도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여성폭력방지종사자 처우개선 방안 제안’을 발표한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가족정책연구센터장은 보수처우에 대해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 수준 상향 및 준수 의무화 노력▲사회복지시설 유형별 보수 수준 편차해소▲보조금 지급방식 개선▲여성가족부 소관 시설 종사자의 처우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그는 또 근무여건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시설 특성과 근무유형, 업무 성격등을 고려하며 징벌적 차원이 아닌 종사자 처우개선 차원의 관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시설 간의 고용안정성 및 근로시간 균등화 ▲법정 휴가제도 보장 ▲공식적 고충해결 창구의 접근성 강화 ▲종사자의 위험환경 실태 파악 ▲여성폭력방지시설 종사자의 이직 예방 기반 마련 등을 제안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