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일부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해 온 사실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지난 2~3월 중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농협·기업·부산은행 등 9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목표이익률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었으며 금리인하권 요구나 우대금리 운영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는 은행권 전반에서 일어났다. 현행상 대출금리는 금융채·CD금리·코픽스 등을 기준금리로 삼고, 가산금리는 목표이익률·업무원가·리스크프리미엄 등 리스크 관리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의 합에 급여이체 등 부수거래 실적에 따른 금리우대 등 가·감 조정을 거치면 고객의 대출금리가 최종 결정되는데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가산금리 항목 중 하나인 신용프리미엄을 불합리하게 산정했다. 신용프리미엄은 경기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차주의 신용도 변화나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주기적으로 재산정해야 하는데, 이를 수년간 동일한 고정값으로 적용하거나 경기불황기를 반영해 정한 것이다.

또 직장 내 승진이나 연소득 및 자산 증가, 신용도 상승 등 인정되는 사유를 들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차주에게 기존 적용되던 우대금리를 별다른 이유 없이 줄이는 경우도 나타났다.

은행들은 엄연히 존재하는 고객의 소득을 없거나 낮은 것으로 입력해 높은 이자를 매겼다. 총대출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인 부채비율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연소득을 낮게 입력 해 부채비율을 높인 것이다.

또 영업점 직원이 기업고객에게 전산시스템을 통해 산정되는 금리가 아닌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13%)를 입력해 과도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하기도 했다.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산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인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향후 “소비자가 금리산정 내역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약정시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금리 산정 내역서에 신용카드 가입등 ‘부수거래 우대금리’를 항목별로 명시토록 하고, 은행연합회의 공시 방식도 강화한다. 지금 공시하는 가산금리는 우대금리 등 가·감조정금리가 적용된 이후의 금리지만, 앞으로는 이를 별도로 공시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적발 건에 대해 은행이 자체조사한 후 지난 5년간 부당하게 걷은 이자를 소비자에 환급하도록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소득과 담보가 있는데도 없다고 꾸며 고금리를 받아낸 은행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환급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또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모범 대출금리 산정 규준의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은행권에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22일 오전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이는 은행 직원 개인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며 “그런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기관 차원에서 한 일은 아니고 개별적 대출 창구에서 일어난 문제라 기관 제재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금감원이 문제 사례에 대해 어느 은행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은행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금감원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개별 대출 창구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어떤 은행인지 밝히지 않아도 되지 않나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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