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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국내 기업들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권리 행사를 위한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5일 대한항공 대표이사 등에 '국가기관의 조사 보도 관련 질의 및 면담 요청‘ 공개서한을 보내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받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30일 기금운용위 위원들에게 대한항공에 대한 공개서한 발송, 우려 표명, 경영진 면담 등 주주권 행사를 제안했다.

이후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지난 4일 "한진그룹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이 기업 평판 악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한항공, 한진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한진그룹 측에 경영관리체계 개선 등을 포함한 문제 해결 대책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금운용본부는 이튿날인 5일 대한항공에 “주주로서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경영진과 관련한 여러 국가기관의 조사 보도 내용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귀사의 입장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의결권 전문위는 이번 서한 발송 등이 자본시장법상 경영권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정부 규제를 위한 ‘압박’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와 함께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가 ‘국민 여론’을 사유로 들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공개서한 등을 통해 면담을 요구 한 바 없는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가 한진 그룹 총수일가를 둘러싼 ‘갑질’ 논란 때문이라는 것을 기업들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여러 기업의 주요 주주인 만큼 향후 행보에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내달부터 의결 행사지침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주주 가치를 소홀히 하는 기업을 ‘중점관리 기업명단’에 포함시키고, 주주 제안을 통해 임원 후보를 추천하거나 주주대표소송 등을 제기하는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3월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약 13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5% 이상을 보유한 상장기업이 275곳이고, 10% 이상 보유한 기업도 84곳이다. 대한항공 보유지분은 주로 전체의 12.45%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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