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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옵나니, 이 땅에도 출애굽(Exodus)의 기적을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5.28 10:25

[여성소비자신문] “신이여, 이 땅의 남북간에 참으로 큰 변화의 물결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나 그저 한 가지만 구하옵나니 애굽 땅에서 노예처럼 살던 유대인들이 해방되었던 것처럼 이 땅에도 저 지옥 같은 북한 땅의 동포들이 김씨 왕조의 폭정으로부터 해방되는 현대판 출애굽의 기적을 행하여 주옵소서.”

요즈음 나의 간절한 기도이다. 어디 나 뿐이겠는가? 대한민국은 물론 자유의 삶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양식을 지닌 수많은 영혼들의 소리 없는 절규이며 간구함이 아니겠는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탈북민들의 처절한 외침, “여긴 지옥인데, 거기 누구 없나요” (탈북여성 지현아)라는 구원의 요청에 “여기 있소. 걱정 마시오”라고 답할 수 없는 답답함과 무기력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지난 달 4월 27일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책을 지닌 김씨 왕조의 3대 세습자가 판문점을 넘어와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 세계에 현장 중계되는 이 회담에 온 국민은 환호했다.

사교 집단과도 같은 김씨 왕조의 철권 정치를 위해 핵무기가 필요했고, 핵무기 개발에 이천만 동포를 노예처럼 다루며 눈에 거슬리면 친인척이라도 과감하게 제거하는 폭군 정치인 김정은의 쇼맨쉽은 대단했다.

34세의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련한 제스처와 현란한 말솜씨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편히 잠들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거만함까지 연출하며 우리들을 매료시켰다. 그 동안 한번만이라도 알현하고 싶어 안달하던 여당 지도자들은 영특하고(박지원) 친근하며(문정인) 능수능란한(정세헌) 북쪽 영도자를 만나는 감격에(추미애, 우원식) 눈물까지 흘렸다(이재명)고 한다.

마치 그동안 남한은 물론 미국까지 초토화시키겠다는 김정은의 협박이 모두 우리의 잘못 때문이었던 것처럼 들린다. 완전 어이상실의 순간이었다. 6‧25 전쟁으로 아버지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월남전 파병으로 세 명의 친구를 잃었으며 오분대기조로 24시간 무거운 군화를 신고 36개월 하고도 10일이나 더 전방을 지켰던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변화일 수밖에 없다.

6월 12일에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험한 세상 70년을 살아온 나로서도 북한 땅에 핵무기가 사라지고 남북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선언한대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은 노벨평화상에 눈독 들이는 대통령들보다 더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도 되기 전에 문재인, 트럼프 두 대통령 앞에는 마치 노벨상의 밥상을 차려 놓은 양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찾고 있다. 탈북자들을 괴롭히려드는 이 정부를 생각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의 “노벨상 받으시라”는 대통령을 향한 덕담은 거북스러운 진상(進上)일 수밖에 없다. 김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엄청난 경제적 지원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되었고 김정일은 이 돈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이들의 주장은 과연 허구인가?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단으로 지옥 같은 고향땅을 떠나 남쪽 대한민국에 들어온 태영호 전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비롯한 3만 여명의 탈북자들은 한결 같이 이번 회담도 과거 10여년전 김정일이 취했던 사기극과 같은 속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해서 더욱 기세등등해진 남쪽 땅의 주체사상 추종자(주사파)들의 기대가 이루어진다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탈북자들이다.

2016년 가을 중국에 있는 북조선 식당에서 일하던 여종업원 12명의 망명을 우리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라며 북송을 주장하는 민주변호사회(민변)는 신이 나있다. 이미 SNS상으로 이들 주사파들은 탈북자들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배신자라는 갖은 험담을 악플로 올리고 있다.

헌법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하려는 현 정부 지도층의 가치관과 논리에 동조하는 주사파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찾아 나온 탈북민들을 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탈북자들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던지는 질문에 답해 보라. 자칭 인권변호사로 촛불혁명 덕분에 대통령이 된 문 대통령과 동조자들은 왜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유린당하고 있는 북한 인권에 관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가?

주체사상을 핑계한 김일성 숭배를 세습할 수 있도록 체제를 보장하고 북한 동포들이 굶주림과 착취 속에서 지옥과 같은 생활을 계속하도록 우리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즉, 북한 동포의 자유가 없는 ‘평화와 번영’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인가? 과연 포악한 독재자 김정은이 1980년대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M. Gorbachev)가 퍼레스트로이카라는 개혁정책으로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멈추고 철의 장막을 거둔 것처럼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함께 북한 동포들을 노예의 쇠사슬로부터 해방시키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수 있을까?

1989년 10월 동베를린의 대규모 반정부시위에 동독 국가평의회 의장 호네커(E. Honecker)가 사임하고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한반도에도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낙관론이 급속하게 퍼져가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러한 낙관론자 중의 한사람이다.

1980년대 초 나의 미국 유학시절 미국의 포포프(P.Popoff) 전도사(훗날 그의 치유은사 주장이 허구라는 지탄을 받았지만)와 함께 소련의 붕괴와 공산독재의 소멸을 위해 기도했던 때와 너무나 유사한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레이건(R.Reagan) 대통령이 스타워즈(STAR Wars)라는 미사일전쟁 프로그램으로 경제 침체에 빠진 소련을 위협하자 이에 견디지 못한 고르바초프가 소련연방을 해체하였고 이어서 독일통일의 역사적 대변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공산독제의 탄압과 굶주림에서 탈출하여 서방세계 특히 미국에 온 망명자들의 호소와 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도운동이 마치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과 너무나 유사하다.

기원전 15세기(혹은 13세기)경 애굽(이집트)에서 노예생활로부터 유대인들을 해방시키는 출애굽을 위해 당시 왕이었던 바로를 위협했던 모세의 10가지 기적이 이 땅에서도 일어나리라 믿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는 지옥인데 거기 누구 없소”라는 울부짖음에 답하리라. “네, 여기서 우리가 듣고 신께 간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절망이나 포기랑은 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참고 이겨 나가세요. 미치광이 히틀러의 폭정과 대학살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은 유대인들처럼 말입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솔로몬의 미드라쉬 글귀를 되뇌이면서요. 그리고 이 나라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의 마음을 지켜주세요. 노벨평화상에만 눈독 들이는 강팍함을 버리고 지옥에서 울부짖는 우리 북한 동포들의 절규들을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 주세요.”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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