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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여성 정책 싱크탱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6일 “#미투 입법 과제”에 대한 제20차 젠더와 입법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번 포럼은 미투법안들을 검토하고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진단, 법 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개최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미투운동 관련 의견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10명 중 8명은 미투 운동 이후 성차별이나 성폭력 등 성적 이슈에 관해 관심이 늘었다고 응답했고, 성 평등 향상에 도움이 되어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조직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지속적인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법 제도적 대응체계에 대해 고심과 함께 젠더폭력방지, 미투지지 법안 발의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미투운동으로서 그동안의 젠더폭력의 입법 공백과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오늘 포럼을 통해 국회에서 다수 발의되어 있는 ‘미투’ 관련 법안들을 검토하고, 젠더 폭력 방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 등에 대한 진단을 통해 젠더폭력방지를 위한 법 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참석했다. 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그간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이 있었음에도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해소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엔 여성차별 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에 강간을 정의하면서 ‘피해자의 동의 부족’을 중시하여 형법 제297조를 개정할 것,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 등 형사소송 남용 예방을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남 위원은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현재 국회는 유엔의 이러한 권고와 관련된 성희롱 성차별 금지 및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포괄적인 제정 법률안뿐 아니라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혹은 제한, 강간의 구성 요건 완화 혹은 비동의 간음죄 신설 등의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며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신속히 국회가 정상화되어 미투에 응답하고 법안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등도 참석해 포럼에 환영사를 발표했다. 이날 의원들은 “성희롱·성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힘쓰겠다”며 “여성 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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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박복순 연구위원이 참석해 '미투에 따른 법적 대응‘에 대해 발표했다. 박 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부터 4월 30일까지 발의된 의안 중 ’미투에 관련된‘ 법안은 총 95건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이를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강화,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희롱 방지 및 사용자 책임 강화, 공직사회 및 문화·예술계 등 성범죄 엄정대처, 성차별·성희롱 및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법 제정 등 6가지 주제로 분류, 각 주제의 쟁점에 대해 분석하고 검토 의견 등을 발표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날 “지난 2018년 1월 29일 한 여성검사의 상사에 의한 성희롱 피해 고발은 우리 사회 미투운동의 촉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력형 성폭력’을 통해 우월적 지위에서 지속적·반복적인 폭력 피해의 고통에 법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사회가 분노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입법 공백과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이 다수 발언됐다는 것이다.

그는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기 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막는’ 법현실을 묵과해 온 측면도 있다”며 “이번 미투국면을 토대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 현시점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조속한 법안 심사와 논의를 거쳐 제정 및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 다음 순서는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었다. 장 연구위원은 ‘비동의 간음죄 신설 및 형법상 성폭력 관련법 체계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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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미투 운동의 주된 고발대상이었던 성폭력 사건들은 폭행·협박과 같은 물리적 강제력이 아니라 소속된 집단 내부 권력 관계 등 무형의 지배력에 의해 발생했다. 그러나 현행 형사법상 강간 등 성폭력 범죄의 행위 수단은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으로 한정되어 있다.

장 연구위원은 이에 관해 설명하면서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를 억압할 수 있는 위력을 좁게 해석하는 판례로 인해 형사 처벌 가능성의 한계가 지적된다”며 “비동의간음죄 신설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이유는 “상대방의 폭행·협박 등 유형력이 행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가 항거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거나 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저항행위에 성공으로 간음 추행의 미수에 이른 경우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는 폭행·협박의 정도를 상대방의 항거불능 또는 곤란이라는 좁은 의미로 해석하는 법원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것.

장 연구위원은 또 “두 번째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성폭력 처벌 규정의 보호법익을 고려한 성폭력 법체계의 개선 방향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적침해를 폭력이자 범죄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이는 UN 등 국제기구의 여성을 대상으로 폭력에 대한 대응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입법 포럼은 두 연구위원의 외에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현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지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우옥영 서울중앙지검 검사,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 한현희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 등이 참석, 토론을 진행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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