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에 대한 형사사건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1월 22일 결심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에 대해 특경가법상 횡령죄를 적용하여 징역 4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까지 법원의 선고 전에 피고인의 형량에 대하여 어떠한 의견도 개진한 바 없다.

그런데, 최근 최태원 회장에 대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봐주기 구형’ 논란 등을 지켜보며, 검찰의 소극적인 구형 결정이 자칫 선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최태원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등과 공모하여 2008년 10월경 SK텔레콤, SK C&C 등 계열사로 하여금 선출자금 명목으로 497억원을 창투사로 송금하도록 지시하여 횡령하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계열사 일부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을 과다 지급케 한 후 과다 지급된 보너스를 SK㈜를 통해 돌려받는 방법으로 139억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상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횡령액은 총 636억여원이며, 이는 특경가법의 적용대상이며, 동법 제3조 제1항 제1호는 배임·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법상 형량을 정함에 있어 범죄의 사정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작량하여 감경할 수 있으며, 유기징역의 경우 그 형기의 2분의 1까지 감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50억 원 이상의 재산이득액이 인정되더라도 특경가법상 최소 5년 형을 부과 받을 수 있으며, 법관의 재량에 따라 그 형이 2년 6개월까지 감경될 수 있다. 이렇게 양형이 정해질 경우 법관은 재량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상당한 경제범죄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면할 길이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상당수의 재벌총수들이 엄청난 규모의 경제범죄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면할 수 있었던 정형화된 공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2007년 개정된 법원조직법은 “법관이 양형을 정함에 있어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법원 산하에 양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설치된 양형위원회는 각 범죄 유형별 양형기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양형기준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함에 있어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하며,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횡령·배임범죄의 양형기준은 2009년 4월 마련돼 2009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이 기준은 횡령·배임범죄의 유형을 재산이득액 기준으로 1억 원 미만부터 300억 원 이상의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최고 구간에 해당하는 300억원 이상 범죄의 경우, 기본형량을 5~8년으로 정하고, 감경사유가 있는 경우 4~7년, 가중사유가 있는 경우 7~11년으로 각각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기에서 감경요소는 사실상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가담,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 임무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등이 있고, 가중요소는 대량 피해자(근로자, 주주, 채권자 등 포함) 발생, 동종 누범, 횡령 범행, 범행 후 증거은폐 또는 은폐 시도 등이 있다"고 밝혔다. 

경재연 측은 이 중 최태원 회장에게 적용 가능한 감경사유는 특별히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오히려 가중요소로 참작할 만한 사유가 눈에 띤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첫째,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자금 및 임직원 상여금 명목의 자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횡령’한 정황이 드러나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러한 횡령 범행에 대해 양형기준은 일반양형인자 행위의 가중요소로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최태원 회장은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특경가법상 배임죄 등 유죄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다. 비록 2008년 8월 12일 특별 사면되었으나, 사면이 형의 선고 효력까지 상실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이번에 횡령 혐의가 인정된다면 ‘동종 누범’의 가중사유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이 300억원 이상 횡령한 혐의가 인정될 경우, 그 형량은 7년에서 11년 사이에서 정해져야 함이 마땅하며, 이 경우 양형기준에 따른 집행유예 기준은 적용할 여지도 없게 된다는 것이 경개연 측의 입장이다.

강 연구원은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최태원 회장의 범행 일부는 그 시기(始期)가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은 최태원 회장이 2005년부터 2010년 경 사이에 SK그룹 각 계열사 임원들의 보너스를 과다 책정한 후 더 지급된 금액을 되돌려 받아 총 139억5000만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하여 임의소비하는 방법으로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태원 회장은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2003년 3월 11일 기소되어 2008년 5월 29일 최종심이 확정되었다. 이는 시기적으로 볼 때 2005년부터 대법원 확정판결에 이르는 최소 3년여 기간 동안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비자금 조성이라는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최태원 회장이 범행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범죄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특경가법상 배임횡령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도록 재산이득액 50억원 이상인 경우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대폭 강화하는 제안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는 그동안 사법부가 재벌총수에 대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 운운하며 ‘봐주기 판결’을 일삼아, ‘유전무죄 무죄유죄’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온 특단의 조치라 할 것이다.

최태원 회장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의 ‘봐주기 구형’이 논란이 된 만큼, 법원은 보다 엄중한 잣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것.

법과 양심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판단하고, 유죄가 인정된다면 양형기준에 따라 엄중히 선고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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