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정부는 지난 주(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조조정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사전적·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토대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역할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있어 국책은행이 아닌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그 문제의식과 방향성이 타당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구조조정 담당자를 면책해서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장려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한다. 담당자의 면책에 앞서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투명성인데, 정부의 대책에서 이 부분은 전반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구조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관련될 수 있는 내용은 ‘국책은행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 대국민 브리핑 실시’ 정도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구조조정 시장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대국민브리핑과 같은 이벤트성 정책이 아니라 제도화된 투명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채권단의 정보공개 의무를 보다 강화하는 등 사후적으로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는 제도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과거 서별관회의가 반복적으로 문제된 이유는 의사결정과정이 불투명하고, 그로 인해 그 결정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단순히 ‘변양호 신드롬’ 운운하여 면책권을 부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는 과거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위해 공무원을 면책하겠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는 태도이다.

아울러 정부가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할 수단으로 조성하는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펀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구조조정 시장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앞장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민간이 구조조정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조성·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무게추를 시장으로 점차 이동시킨다는 원칙이 펀드의 운영 초기부터 확고하게 세워져야 한다.

과거 시장과 제도가 구조조정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것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무려 17년째 존속하면서, 이제는 오히려 민간 자율 구조조정 능력을 빼앗고 있다고 비판받는다. 이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내년 6월 30일 일몰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분명히 세워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그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채이배 의원  cyber6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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