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일반적으로 물품을 구매할 경우 소비자는 완성된 물품을 보고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파트는 유독 다르다. 선분양을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아파트 광고와 견본주택을 보고서 계약을 하고 아파트 값의 70% 이상을 선지급한다. 그리고 계약 후 2-3년이 지나 아파트에 입주하고 잔금을 지급한다.

여기서 아파트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가 광고다.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설립되고, 경전철역이 완공돼 강남까지 20분내 진입이 가능하다. 주변에 넓은 공원이 있다 등의 광고를 보고 분양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입주를 하고 보니 학교 설립은 취소됐고, 경전철역은 언제 개통될지 예측불가인 경우가 있다. 더구나 공원이 아닌 군부대가 옆에 있었다면…. 뭔가 당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관련 법을 살펴보자.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에게 알권리와 피해를 입은 경우 신속 공정한 절차에 따라 보상을 받을 권리를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또 표시광고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분양자는 소비자의 이런 권리에 기해 아파트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분양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허위광고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대법원은 아직 소비자의 알권리 보다는 주택건설업자의 광고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듯하다. 대법원은 “광고란 본래 다소의 과장이 수반되는 것이 본질이고, 도시계획은 언제든 변경될 수 있어 자치단체의 도시계획 발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가 없으므로 광고를 하는 사업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유리한 내용과 동일한 정도로 설명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도시계획의 의미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대법원은 학교가 신설된다고 광고를 했어도 신설시기가 표시되지 않았고, 계획돼 있다는 정도의 인상만 준 것이라면 과장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2017년 착공예정 경전철역이라고 표시하고, 견본주택에 경전철 모형까지 설치해 두었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의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면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을 야기한 것도 아니라는 거다. 공원으로 표시한 것이 막상 가보니 군부대였다고 하더라도 입주한 시점에 바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아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설령 허위광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배상액은 분양가의 3% 정도의 위자료만 인정해 피해보상액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이다.

여기서 필자는 아파트 선분양제에서 표시광고는 일반 상품의 광고와는 달리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아파트 분양광고는 통상의 물건 광고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주택업자가 제공하는 미래의 정보만을 가지고 분양계약을 한다.

소비자들은 광고의 사실이 정확한지를 구매결정 당시에 실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파트가 3년 후에나 완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분양시장에서의 아파트 광고는 정확해야 하며, 광고자가 그대로 이행할 수 있는 것만 광고돼야 한다. 구체화 되지 않고 시기가 분명하지 않은 도시계획이나 주택건설업자가 입주시점에 통제할 수 없는 사항은 아파트 광고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세운 도시계획이 이행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소비자다. 경전철이나 학교가 설립될 수 있다는 위치적 장점을 내세워 주택건설업자는 높은 이익을 취한다. 그런데 도시계획이 불이행되었을 때의 위험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정부는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후분양제 확대를 예정하고 있다. 후분양제가 된다면 허위 과장광고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분양제 시장의 ‘일단 지어놓고 보자’ 는 식의 시장 왜곡을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방안은 분양 광고대로 완공되지 않았을 때의 계약책임과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것이다.

정보의 균형과 계약이행책임이라는 시장경제의 당사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세련된 정책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개혁피로감을 적게 주는 방법이다.   
 
이경희 변호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사법시험 43회 합격
 

이경희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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