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인데도 미울 때가 많다. 사사건건 고집을 부린다. 동생과 싸우고 욕심을 부린다. 엄마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잔소리를 하고 소리를 질러도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까지 간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악순환의 사이클에 들어서게 된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아이에게 문제가 드러나자 상담을 받으러 왔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상담실에 데리고 오기까지가 전쟁이었다. 몇 번 왔는데 결국 상담을 포기해야겠다고 한다. 그 엄마는 울면서 말했다.

“난 아이가 미워죽겠어요. 이혼 한 사람이 부러워요. 이혼했다면 아이를 남편에게 보낼 수 있을 텐데, 나는 보내지도 못하고,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이 불행해요. 잘못되든 말든 나도 몰라. 다 포기하고 싶어요.”

아이와 한바탕 전쟁이라도 하고 왔나보다. 엄마는 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울분을 토해놓는다. 
이 엄마의 힘겨움에는 생활적인 고달픔이 묻어있다. 이혼하고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는 아이를 잘 돌보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엄마의 따뜻한 돌봄을 받지 못한 아들은 성격적인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이가 기질적으로 양육하기 어려운 아이였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먼저였든지 간에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악순환의 사이클을 타고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이 악순환의 사이클을 끊어야 할까?
부모이다. 부모가 먼저 사랑을 주어야 한다.

사춘기 아이를 다루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마음을 읽어준 후에 엄마에게 물었다. 정말 아이가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러자 엄마는 아까와 달리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아이 때문에 버티는 거지요. 힘들어도 순간순간 아이 바라보며 힘을 얻는 답니다.”

사랑하기 힘든 순간에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랑을 받아야 변화되는 아이의 심리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해보겠노라고 결심하고 돌아갔다.
인지 행동주의 심리학 (Cognitive Behavior Therapy)에서는 행동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기분이 바뀐다고 해서 행동을 먼저 바꾸는 요법을 많이 사용한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울한 기분을 바꾸기 위해 행동을 먼저 유도한다.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여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는 일정을 함께 짜주기도 한다. 움직이고 싶지 않지만 막상 몸을 움직여 행동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소장  bigpicturefam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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