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솥뚜껑 운전사를 아시나요
                          
구이람

여자는 자라서 솥뚜껑 운전기사가 되는 거라고
보리밥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 여닫으며 
일러 주시던 어머니, 어머니 

저는요, 엄마! 자동차운전을 하고 말겠어요
당찬 그 말이 벌써 반세기 넘쳐흐르고 
세련미 극치를 달리는 이 시대의 스마트아가씨들
거센 파도소리 밀려온다 

나는요, 아기를 낳지 않을 거예요 

나는요, 세상을 움직이는 남자들을 부리는 
하늘의 조종사가 되겠어요 

-시평-

과거 우리 부모님들은 딸이 태어나면 그리 기뻐하지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섭섭해 했다. 아들을 위해 태어나는 칠공주도 있었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남녀 불평등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인생인지를 직접 체험한 어머니들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갈 딸에 대한 짠한 마음이 가득했을 게다.

어머니는 오직 딸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렸을 때부터 여성다움을 가르치고 여성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틈틈이 입력시켜 주었다. 

“여자는 자라서 솥뚜껑 운전기사가 되는 거라고.” 즉, 밥 잘 짓고 빨래 잘하고 애 잘 키우고 집안 살림 잘 하는 것이 여성의 도리이며 여성의 갈 길이라는 교육을 시킨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아들과 딸에 대한 고정관념이 형성되고, 고착된 성 역할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함께 심어준 것이다.하지만 딸들은 파도처럼 일어나 여성도 사람이라며 평등을 주장하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자 한다.

성별보다는 능력에 따라서 개인을 평가하라는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줄어들고 있다.

남녀차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출산 및 육아 문제, 여성의 낮은 급여수준,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 승진 기회 제한 등 많은 부분에서 여성 스스로가 차별을 크게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또한 저출산의 원인을 불러오기도 한다.

“나는요, 아기를 낳지 않을 거예요//나는요, 세상을 움직이는 남자들을 부리는 
하늘의 조종사가 되겠어요” 남성과 여성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남성이 여성보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나 특징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한 차이를 서로 인정하며 존중하고 협력해야만 남성과 여성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평등한 길이 열리지 않을까. 

오늘 우연히 “솥뚜껑 운전사를 아시나요”라는 시를 읽으며 ‘뭐니 뭐니 해도 자식 농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던 부모님 세대의 삶이 떠오른다.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며, 어떻게 준비하며 미래를 살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일러주시는 것 같다.  

구명숙  k93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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