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모든 국민은 주권자인 동시에 법률소비자이다. 국민이 납세의무를 다하며 원활하고 효율적인 공공의 법률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주권을 향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법률 소비자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시민권익 운동이 바로 법률소비자운동이라 할 수 있다.

법률소비자운동이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헌법 제 1조에 규정되어 있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사상(主權在民思想)에 입각하여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운동이라 하겠다.

권력은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국민의 불신을 받기 일쑤다.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입법 활동과 국정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여기에는 나보다 더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이 말은 국회의원을 지낸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가 국회를 떠나면서 던진 명언(?)이다. 법률소비자운동의 선구적 비정부기구(NGO)인 법률소비자연맹은 16년째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해 오고 있는데 “19대 국회의원들의 종합의정활동 평가 성적은 66.13점으로, D학점에 그쳤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매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법불신(司法不信)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과 그와 관련된 판사, 변호사, 검사 집단, 법무부, 법무부 소속기관 구성원들이 행한 법집행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종합한 표현이다. 때로는 법 존재 자체에 대한 불신도 포함되지만 주로 법원이 행한 법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과 판결에 대한 불신 등을 표현하는 말이다.

청렴도가 가장 중요시 되는 사법부에서 뇌물수수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가 하면, 인혁당 사건 등 사법살인, 그리고 전관예우의 적폐 등등 사법 불신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인한 공정성의 훼손은 물론 편향되고 차별적인 법집행은 법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과거 법원의 잘못된 법적용이나 실수 등으로 억울한 처벌을 받은 사례들이 국민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사법 불신의 적폐로 남아있다.

이에 입법, 사법 등 권력기관의 활동을 감시‧견제하고 신뢰를 회복시켜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는 법률소비자 시민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법률소비자 운동의 현황

법률소비자운동의 모체는 1992년 창립된 법률소비자연맹이다. 이는 순수한 인권보호를 위한 공익적 비정부기구(NGO)이다.

이 법률소비자연맹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권리와 법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등 법률소비자의 권리 확보와 사법 감시를 주요 목적으로 설립했다. 그 후 법정모니터링, 국정감사모니터링 등을 통해 사법부와 입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여러 시민운동단체들과 연대하여 주도적인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즉, 악법개폐 등 입법청원운동, 법률시민대학 개설, 대학생 법생활교육과 연수, 변호사강제주의 도입의 철회와 변호사보수 자율화 반대를 위한 사법개혁세미나 개최, 재외동포 법률지원 등 다각적인 사업과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 연맹은 입법·사법감시와 법률·인권교육, 사법개혁과 관련된 종합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연맹의 입법감시운동은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의정·광역의회 모니터링 등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시행하고 있으며, 270개 NGO가 연대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주관 단체로서 16년째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시행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공약이행에 대한 충실도를 분석하여 우수 국회의원들을 시상하였다.

공약충실도는 공약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 제시되었는지의 여부를 분석한다. 공약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왜 필요한지,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재원을 사용할 것인지가 공약의 제시과정에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유권자에게 공약을 내걸면서 이 같은 내용이 잘 제시되었는지의 여부도 따져 분석한다.

공약충실도 분석은 앞으로 4년 동안 공약이 이행되는 정도를 조사하는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이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결과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었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도 19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약이행 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앞으로의 실천과제

실천과제로서 첫째, 범국민적인 선거감시와 공명선거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부정선거에서 선출된 대표자는 올바른 국정을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를 저질러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률소비자운동은 공명선거운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공명선거 운동단체들도 이와 같은 활동을 해 오고 있다. 특히,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공명선거 감시단으로 출범한 이래 현재 150여개 시민단체가 연대하여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를 결성하여 부정선거감시와 준법선거, 정책선거, 투표참여, 선거법 개정 등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제 이 공명선거운동은 법률소비자운동의 일환으로서 정치관계법을 올바르고 공정하게 제정하도록 감시하고 촉구해야 한다. 정치인 자신들이 유리하도록 이 법들을 제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법과 제도가 잘못되면 법을 잘 지키자는 호소가 공허하게 된다. 또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정보제공 운동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 어느 후보가 올바르게,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 널리 홍보하는 일도 필요하다.

‘선거공보’에 후보자의 재산, 납세, 병역, 전과 기록이 공표되기도 하지만 그 내용을 좀 더 면밀히 분석•제시하여 유권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기간 내내 상시 감시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을 가진다. 이는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통해 국민의 대표 역할을 충실히 하고,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등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이러한 면책특권은 직무 중 어떠한 발언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막말 또는 명예훼손 수준을 넘어선 발언에도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불체포 특권은 현행범을 제외하고 비리 등 범죄를 저지른 의원을 위한 방패막이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4000만원 정도인데 현행법에는 국회의원들의 출석이나 입법 활동을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 즉 의정활동을 하지 않고 펑펑 놀아도 통장에 1억이 넘는 거금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원 한명 당 보좌관 7명에 인턴 2명까지 더 둘 수 있다. 사무실 운영비와 통신요금, 차량유지비는 국가에서 지원되고, 연간 600만원의 특별활동비에 1월, 7월에 주는 정근수당 300여만원, 명절수당 400여만원, 그밖에 수십 가지의 온갖 특혜와 특권을 받는다. 의원 한 명당 최소 6억7000만원이 넘는 세비가 들어가는데도 견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OECD 국가들의 1인당 GDP 대비 국회의원 보수는 대한민국이 3위이다. 24위인 스웨덴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반면에 2015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보수 대비 효과성은 26위로 꼴찌에 머물고 있는데 비해 스웨덴은 2위다.

셋째, 사법감시운동도 일상화해야 한다. 개인의 인권을 최고의 정책목표로 삼고 활동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권력은 부패하는 속성이 있고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영국의 역사학자 액튼 경(Lord Acton)의 말을 되새기면서 시민들에게 입법 활동의 감시를 비롯하여 사법정의와 인권보장의 절대성과 전체성 등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25년 이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법률소비자운동의 중심단체로 자리매김해온 법률소비자연맹이 더욱 활발한 운동을 앞장서서 해주길 기대한다.

연기영 동국대학교 법대 교수  yeun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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