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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성의원 38% 어떻게 가능했나
김희정 기자 | 승인 2017.08.21 13:12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지난 20년간 한국은 세계적인 조류를 배경으로 여성할당제를 제도화해 한국정치의 만성적인 문제인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할당제는 법제도의 도입에는 성공했으나 그런 제도를 실천하는 주체인 정당들의 실현의지와 노력이 부족해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충분한 효과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정당은 비례 대표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체로 할당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국회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구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성 할당제를 전혀 준수하기 않고 있다.

지역구의 경우 비례대표제와는 달리 여성들이 후보자 공천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렵고 그 결과 2004년 이후 10여년이 넘도록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은 10%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와 같이 여성의원이 17%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이면서도 수적으로 열세인 여성들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성들 사이의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

지난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는 ‘대만의 경험에서 배운다…여성의원 17%에서 38%로!’라는 주제로 해외 여성학자 초청 젠더비교 정치 포럼이 열렸다.

전 세계적으로 할당제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제2의 참정권 운동권 운동과 흡사한 여성 할당제 운동은 여성 대표성의 수적 증가를 정치권력 변화의 원심력으로 삼고 있다. 할당제를 이끌어 온 서구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할당제는 오랜 시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의 소재가 되어 왔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대만이 이룬 여성의원 38%라는 성과의 궤적을 따라가면 할당제는 오랜 권위주의적 정치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과정과 함께 발전하였다. 무엇보다도 대만 여성할당제의 성공은 개헌 시기마다 여성의 대표성을 보다 많이 확보하고자 할당제에 집결해온 여성운동의 전략과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기영 일본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부교수는 “대만은 한국, 일본과 같이 비례대표와 지역구 대대를 함께 선출하는 병립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처럼 비례대표제에 50%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여성의원 비율이 각각 17%와 9%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만의 여성의원 비율은 2000년대 이후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대만이 지역구 선거에서 30% 넘게 당선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학습하면서 대만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다. 이는 유엔권고 수준인 30%와 OECD 평균인 27.8%(2015년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시도지사, 교육감 중에 여성은 한명도 없으며 시도의외이원 중 지역구 강선자 중 여성은 8.23%에 그쳤다. 시군구 의원 지역구 당선자 중 여성은 14.65%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현 정부에서 내각 구성원 중 30%를 여성으로 임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김삼화 의원은 “아직 소수이지만 정치에 참여한 여성이 증가함으로써 긍정적인 정치 변화도 감지된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사회적 약자, 성인지 관련 정책과 법안이 확대되는 등 차별을 줄이고 양성평등을 모색하는 정책적, 입법적 노력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도 여성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특히 내년에 열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여성 정치인의 질적, 양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최초의 여성총통 차이잉원을 선출하고 여성의원 비율 38%를 달성한 대만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황칭링 대만국립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대만 여성의원 38% 어떻게 가능했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지역구에서 여성 대표성 결과를 보면 2014년 일본이 6.1%, 2016년 한국 10.3%, 2016년 대만에서 31.5%의 여성 의원이 당선됐다”며 이는 “문화적 차이나 사회경제 혹은 교육의 차이 때문에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제도 마련과 역사적 경험 때문에 나타난 차이”라고 설명했다.

황칭링 교수는 “대만 지역구에서 어떤 여성이 당선되는가를 살펴봤을 때 지역 정치 가문이라든가 하는 가족 배경이나 이전 정치 경력 즉 의회 보좌관이나 정당 간부 출신 혹은 지방 의원 또는 지방 정부 관료 출신이 주로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지역구 여성 정치인 가운데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형제가 정치인인 정치인 가문 출신인 경우가 2008년에는 78.6%, 2012년 66.7%, 2016년 60.9%로 나타났다.

지역구를 포함한 전체 당선인 중에서 정치 가문 출신은 2008년에 100%, 2012년 71.4%, 2016년 71.4%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50세 마만의 젊은 세대로 사회 활동가 또는 전문직 출신이다.

대만의 여성 정치인들을 분석해 볼 때 할당제를 통해 진입한 여성의원의 자질은 기존 의원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나은 수준이었다. 또한 지방 정치 가문의 딸들이 정치적 자원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았으며 지방의회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비례 대표 국회의원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진입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황아란 부산대학교 교수는 ‘한국 여성의원 17% 여성의 문제인가? 정당의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20대 총선에서 여성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47석으로 19대 대비 7석 줄어들었으며 주요 정당들이 비례 대표 여성할당 교호순번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선 가능 경계 순번에서 남녀를 교체했으며 새누리당은 약속한 60% 할당을 당선 가능성 내에 하지 않았다.

20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면 여성의원은 51명(17%)으로 19대(47명, 15.7%) 보다 증가했다. 여성 비례대표의원 수는 25명이었으며 여성 지역구 의원 수인 26명보다 작았다.

황아란 교수는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의원이 증가한 것은 제도효과 때문이 아니라 여성 후보의 수가 증가하고 주요 정당에서 전략적 공천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원 대표율이 17%로 여전히 낮은 이유가 여성후보의 문제인지 여성후보의 경쟁력이 남성후보보다 떨어지는지, 혹은 정당공천의 문제인지? 그렇다면 여성 후보를 얼마나, 어디에 공천해야 하며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여성의 당선율이 높아지는가에 대해 분석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낮은 이유로는 먼저 돈, 시간, 경험 등의 자원이 부족한 이유가 있다. 그밖에 야망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열망 등과 같은 열망의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성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사회화 등도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낮은 이유로 꼽힌다.

이밖에도 한국의 정당들이 여성후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공천하지 않는 편인데 이는 “여성 후보의 선거 경쟁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암묵적인 가정이 그동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아란 교수는 “당선경쟁력에 있어 성별 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수도권에서는 여성의 당선경쟁력이 남성보다 오히려 높다. 당선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후보의 소속정당과 현직 여부 등 정치적 요인이 당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재공천, 수도권과 도시, 현직이 출마하지 않는 선거구에 여성을 공천할 때 여성 당선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낮게 나타난 것은 후보 개인의 성별이 아닌, 여성에 대한 정당의 잘못된 편견과 그에 기반한 공천전략에 따른 것이다. 여성공천은 정당의 의석확보에 적어도 불리하지 않다. 양대 정당의 적극적인 여성 후보 공천은 의석획득 뿐 아니라 여성 대표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선거에서는 정당들이 성별화된 공천에서 벗어나 여성을 적극적 혹은 전략적으로 공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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