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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부는 '정규직' 바람... 실질적 처우개선 이뤄질까
조미나 기자 | 승인 2017.06.19 10:37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문재인정부가 출범과 더불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공언한 가운데, 금융권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가세하고 있다. 다만 전환 대상이 비교적 처우가 좋은 준정규직 혹은 일부에 한정돼 있어, 모양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일부 시중은행과 증권업·저축은행 등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확정지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대부분 정부 출범 직후인 5월에 이뤄진 것으로, 대선 당시부터 ‘정규직 전환’을 강조해 온 정부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제공=뉴시스>

공공기관부터 시중은행까지... 준계약직→정규직이 다수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예금보험공사와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등의 금융공공기관이 먼저 정규직 전환 움직임을 보였다.

예보는 지난 5월 말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환 대상은 비정규직 근무자 142명 중 63명으로, 공사는 우선 직접고용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 14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진행한 뒤 파견형태의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술보증기금 또한 올해 정규직 채용 비중을 25% 높이고, 비정규직 22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검토 중이다. 다만 22명 중 16명은 육아휴직 대체인력으로, 이를 제외하면 실제 전환 대상은 4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IBK기업은행 또한 김도진 행장 취임 이후 3000여명의 창구직원(준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측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 등 세부사안을 노조와 협의 중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씨티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중앙회가 정규직 전환에 동참한다.

씨티은행은 지난 달 무기 일반사무 전담직원 및 전담 텔러 300여명을 정규직 행원과 동일한 5급으로 일괄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매년 정규직 행원 채용인원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올해에는 정부 기조에 맞춰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정부조직과 유사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계열사 비정규직 5245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 다만 지역 농·축협은 전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한은행 또한 기간제 사무직원을 연내 정규직 형태로 전환하며, 해당 직무는 채용자체를 정규직으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6개 시중은행 중 일부만 정규직 전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과거에 시중은행이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진행한바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KB국민·KEB하나은행 등이 계약직 창구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바 있다.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시중은행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았던 카드·증권사들 또한 정규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페퍼저축은행>

정규직 전환 ‘모범생’ 금융권, 빛 좋은 개살구 우려도

금융권, 특히 은행권의 경우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 기조를 착실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을 장려하는 것은 좋지만, 정규직 전환이 ‘정권 눈치 보기’에 치중돼 충분한 노사 합의 없이 전환이 추진되거나 ‘무늬’만 정규직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단순히 비정규직에게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기존 정규직에게는 자리를 위협받거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일”이라며 “충분한 노·사 합의와 함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동일 노동·동일임금 법칙에 따라, 전환 이후 확대되는 업무량에 대한 선제적 교육도 필요조건으로 제시됐다. 현재 금융권의 전환 대상 다수가 창구직원 혹은 사무직으로, 정규직이 될 경우 외환·기업금융·PB·IB 등 확대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업무만 확대되고 처우는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지 않거나, 처우는 동일하되 전환직원이 업무를 해내지 못할 경우 모두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아울러 금융권의 정규직 전환이 정부의 전환 목적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재 금융권의 정규직 전환 대상은 대부분 무기계약직 또는 준계약직으로, 급여를 제외한 복지 및 처우는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선상에서 제공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또한 기업이 세간의 비판을 피하면서 비용절감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꼼수로 이용됐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는 있다”면서도 “고용안정성이나 처우가 좋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만큼, 금융권 또한 전환의 속도보다는 방향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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