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LG상사가 지난 2015년에 인수한 범한판토스가 구광모 LG 상무의 배당을 높여주는 실탄창고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우리나라 해상 수출입 물동량의 15%를 차지하는 알짜배기 회사로 2015년 LG상사가 인수하면서 LG그룹의 물류 자회사가 됐다.

범한판토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주)LG 구광모 상무 등 4세 5명이 지분 20%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범한핀토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지난해에만 배당금으로 20억원 가량을 받았다.

때문에 범한판토스는 물류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다른 그룹들처럼 대기업 물류 자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GS,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은 그동안 물류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자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들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들은 총수들이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재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등장과 함께 공정위의 재벌 감시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LG그룹의 물류회사인 판토스 역시 공정위의 주목을 받는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에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로 남았지만 LG상사 자회사인 물류회사 범한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범한판토스는 구본무 회장의 장자인 구광모 LG상무가 7.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데다 지난해 내부 거래 비중이 71%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세우는 일감 몰아주기 대상을 피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상사와 범한판토스는 각각 총수 일가 지분이 공정위 기준에 ‘턱걸이’ 수준이지만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 이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현행 공정위법에서는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가 최소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 2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가 대상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앞으로 이를 확대해 상장사에 대해서도 비상장사와 동일한 지분을 20%로 낮추는 공정거래법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2일 기준 지난해 범한판토스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및 종속기업, LG상사 등 LG 계열사로부터 얻은 매출액이 2조123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2조9977억원의 71%에 달했다.

이는 2015년의 내부거래액이 전체 2조1887억원 가운데 6914억원(31.6%)이었던 것에 비해 2.2배나 늘어날 수치다.

2015년 5월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할 당시에는 총수일가 지분이 19.8%에 불과했다. 범한판토스는 LG상사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비상장사 공정위 기준인 20%에는 미치지 않았다.

LG상사는 구광모 상무가 2.11%, 구본준 부회장이 3.01%, 구본준 회장이 2.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을 포함해 총수 일가의 지분이 27.57%로 현행 공정위 규제 기준인 30%에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공정위 제재 규정이 20%로 내려갈 경우 규제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는 범한판토스를 지분 51%를 사들여 자회사화시키고 내년 말까지 상장시킬 계획이다. 이어 LG상사와 합병한 후 덩치를 불릴 경우 구광모 상무의 승계 구도에 도움을 줄 것이다"고 전망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범한판토스 내부 거래 비중은 지금은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공정위가 이전보다 강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공정위 규제 기준을 20%로 낮추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범한판토스와 LG도 공정위 규제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위법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가 확대되고 제재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LG상사와 계열사인 범한판토스가 규제대상에 포함될지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어떤 회사

LG상사가 2015년 지분 51%를 3147억원에 매입한 범한판토스는 당시 주당 인수 가격이 30만8550원이었다.

범한판토스는 1977년에 설립된 종합물류 기업으로 전자, 기계, 화학, 정유, 건설, 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의 2500여개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를 하고 있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 구정회씨 일가가 77년부터 맡아왔으며 구정회씨의 3남인 고 구자헌씨의 아내 조원회 회장과 아들 구본호 부사장이 운영해 있다.

2015년 당시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46.1%)과 그의 어머니인 조원희 범한판토스 회장(50.9%)이 대주주인 형태를 띄고 있었으나 LG상사가 조 회장 지분 전체를 포함해 51%를 인수하고 구광모  LG 상무 등 LG 우호 주주들이 지분 31.3%를 사들이면서 구본호 부사장의 범한판토스 지분은 14.9%로 줄어들었다.

범한판토스 인수를 계기로 LG상사는 자원 및 산업용 원자재 트레이딩 사업에서 물류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물류 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확대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로 인해 범한판토스의 2015년 영업이익과 지배 주주 순이익 면에서 각각 41%와 33% 상승했다. 범한판토스는 2012년 2조424억원, 2013년 2조41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이익은 각각 2012년 693억원, 2013년 49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범한판토스는 매출액의 60~70%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으로부터 나오는 바람에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로 인해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LG상사는 “범한판토스는 정당한 입찰을 통해 LG그룹과 계약해 왔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역시 범한판토스의 내부 거래 비중이 71%에 달하면서 LG그룹 후계 구도를 만드는데 ‘힘 실어주기'를 위한 절차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YTN 보도에 따르면 범한판토스는 입찰 결과가 나오기 전에 협력 업체들이 제시한 운송료 등급을 미리 알려주는 이른바 ‘신호등 입찰’ 방식으로 운송료 인하를 강제적으로 유도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호등 입찰’은 범한판토스가 원하는 운송료 보다 낮을 경우 초록색, 비슷할 경우 빨간색, 높을 경우 검은 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는 물량을 따내야 하는 입찰 참여업체들은 서로 낮은 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어렵게 계약을 따내도 계얄 내용이 언제든 바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범한판토스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입찰 방식이다. 입찰 담합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