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릇

       구이람

살다보면
사람들도 밥상에 올라온 그릇들

간장종지, 국사발, 밥공기, 김치보시기, 생선접시
거기 그 모습에 알맞게 담기고 쓰인다

잘난 사람 뒤에 비굴해지는 사람
못난 사람 앞에서 오만한 사람

그런 사람을 담는 그릇은
세모, 네모, 둥근 원도 아니기에
아직도 하늘이 그릇을 빚고 있는 중

-시평-

나는 어떤 형상의 그릇일까? 

그릇으로 한 번 자신을 그려본다면, 어떤 모양의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 수 있을까? 

정작 자기 자신은 잘 모르면서 남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고 상처를 남기는 일은 없었는가? 

인간은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한다. 간섭을 싫어하기는 젊은 세대나 나이든 세대나 다름이 없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두 말 하면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간섭으로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들이 부모에게 서로 잘 되기를 바라며 끼어드는 일도, 그 그릇의 내면을 잘 알고 이해하면서 알맞게 한다면 살아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인은 “살다보면/ 사람들도 밥상에 올라온 그릇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필요해서 만들어 사용하는 그릇들 모양처럼 사람들도 다양한 모습과 개성을 담고 있으며, 그 쓰임새가 다 다르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각자의 존재 가치가 뚜렷하지만 살아가면서 형성된 자신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종종 되돌아보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간장종지, 국사발, 밥공기, 김치보시기, 생선접시/거기 그 모습에 알맞게 담기고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난 사람 뒤에 비굴해지는 사람/못난 사람 앞에서 오만한 사람//그런 사람을 담는 그릇은/세모, 네모, 둥근 원도 아니기에/아직도 하늘이 그릇을 빚고 있는 중“이라 한다. 그런 그릇은 아무 그릇이 될 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기까지 살면서 자신이 빚어놓은 모습, 종종 들여다보며 그릇의 모양을 키우거나 둥글리거나 다듬어 나아가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가지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자신을 제일 잘 담아내고 남들이 꼭 필요한 그런 그릇을 빚어보라는 의미, 진정한  사람 그릇 말이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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