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사유의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일부  면책사유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어 온 것을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6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은 2002년 전면개정 이후 10년만에 바뀌는 것으로 보험사 면책조항에서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용하는 ‘피보험자 개별적용’부분을 확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자동차보험의 보장기능이 현재보다 개선된다. 앞으로는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 무보험차량에 사고를 당하거나 마약·약물복용 상태에서 운전 중 사고를 당하더라도 자동차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자기신체사고나 자기차량손해 등 자신이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가입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무보험자동차에 의해 사고를 당한 경우 자신이 무면허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가 났더라도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자기신체사고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를 입은 경우 운전자가 마약이나 약물복용상태에서 운전을 했더라도 자동차보험을 적용받게 된다.

보험회사의 면책조항을 보장 받는 사람마다 개별적용하는 '피보험자 개별적용'도 확대된다. 이에 따르면 여러 명의 피보험자 중 특정한 사람에 대해 보험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 사유가 발생했을 때 앞으로는 각 피보험자별로 면책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B에게 자동차를 빌려줬는데, B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 현재는 A와B의 손해에 대해 보험회사는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고의사고에 가담하지 않은 A의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서 자필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한 달이내에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가입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키로 했다. 이 경우 보험회사는 계약자가 이미 납입한 보험료와 이자(보험개발원 공시 정기예금이율 적용)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의무보험은 취소할 수 없도록 했다.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불공정행위도 금지된다.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청구를 받은 후 정당한 사유없이 지급예정일을 넘기는 경우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약관을 개정키로 했다.

또 보험회사가 보상과정에서 현저하게 불공정한 합의를 했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사유가 없는데도 소송을 제기해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를 배상토록 했다.

이를테면 보험회사의 강요에 의해 '쌍방 과실'로 합의했더라도 자신의 과실이 없다고 생각되면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상품 중 임의보험에 대해서는 계약자가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도 열린다. 현재는 소비자들이 보험회사의 표준약관에 정해진 보장내용대로 보험에 가입할 수 밖에 없어 원하지 않는 보장 내용에 대해서도 보험을 들게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자신이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자기신체사고'와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자기차량손해'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내용만 선택할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키로 했다. 대인배상과 대물배상에만 가입하고 나머지는 가입하지 않거나 자기차량손해만 가입하는 식이다.

금감원을 이를 통해 보험료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예컨대 YF쏘나타(2012년식) 소유자가 부부한정, 35세 이상 운전, 할인할증등급 14Z, 가입경력 3년 이상으로 A사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현행 표준약관 하에서는 18만1960원의 '자기차량손해' 보험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똑같은 조건에서 '차대차 충돌'만 선택해서 가입할 경우 '자기차량손해' 보험료가 11만7360원으로 내려간다. 약 35.5%의 자차보험료가 절감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12월 중에 개정하고 내년 4월1일부터 신규가입하거나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에 대해 새로운 약관을 적용키로 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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