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보험회사와 증권회사,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리스크가 큰 신용채권이나 신용파생상품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향후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기관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파생상품 거래규모는 2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9조2000억원)보다 8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2008년(12조9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용파생상품은 기초자산에서 보유자가 부담하는 신용위험을 분리해 파생상품 형태로 구성한 후 시장에서 거래하는 금융거래 계약을 말한다. 신용부도스왑(CDS), 신용연계채권(CLN), 합성 채권담보부채권(CDO) 등이 있으며, 위험을 전가하는 쪽을 보장매입자, 위험을 안는 쪽을 보장 매도자라 한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문제는 금융시장 불안정 등 예기치 못한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가 높은 상품인 만큼 손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연초 이후 거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구조화상품의 경우 거래의 불투명성과 거래 상대방 리스크 등으로 투자 규모가 급증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잠재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부도스왑 등 신용파생상품의 경우 투자 수익에 비해 기초자산의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부담하는 리스크가 매우 커 투자기관의 경영건전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용부도스왑(CDS) 보장매도자의 경우 보장매입자로부터 기초자산의 일정비율(약 1~2%)에 해당하는 약정수수료를 정기적으로 받지만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기초자산 전부 또는 사전에 정해진 금액을 보장매입자에게 보상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공동 검사에 들어간 외화구조화예금은 외채 증가를 유발하면서 외환건전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원화 유동성이 풍부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최근 들어 외은지점 등과 통화스왑을 통해 원화자금을 달러로 교환해 원화예금에 비해 금리가 높은(200~300bp) 외화구조화예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위험채권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회사채 투자규모는 2008년 10조6000억원(10%)에 불과했지만 올해 5월 말 38조원(17.4%)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이후 다섯 달간 10조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공시이율을 제시하면서 저축성보험을 적극 판매한 중소형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회사채 투자 비중이 2010넌 6월 말(14%)에서 올해 6월말 16.9%로 2.9%포인트 늘었다. 이는 대형 생보사의 회사채 투자비중이 8.2%로 같은 기간 0.2%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는 안정적인 국채에 주로 투자했지만 장기채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역마진 문제가 발생하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과도한 위험채권 투자는 금융시장 불안 시 자산건전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원호 기자  hongfir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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