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는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 주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총 51만7000명 증가했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이보다 많은 53만7000명이 늘어나면서 전체 비정규직 증가 규모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시자료를 분석한 '사업체 규모로 본 비정규직 고용변화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의 총 비정규직 규모는 591만1000명으로 조사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중 70.4%는 30인 미만 영세기업, 24.4%는 3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소속 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5.2%에 그쳤다.

한편 2004년부터 올해까지 기업 규모별 비정규직 근로자 추이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은 6만5000명 감소(-17.6%)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58만2000명 증가(11.6%)했다.

특히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362만4000명에서 416만1000명으로 53만7000명(14.8%)이 증가했다. 이는 전체 비정규직 증가 규모인 51만7000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고용 증가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로 이뤄졌음을 나타내준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 규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대기업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이 전체 정규직 평균임금보다 3.4%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월평균임금은 254만4000원, 전체 정규직 평균은 246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월평균임금은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226만8000원),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192만7000원), 30인 미만 사업장(153만9000원) 순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임금수준이 사업체 규모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올해 8월 기준 전체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174만4000원으로 2004년 대비 33.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정규직의 임금이 38.9% 증가한 것에 비해 5.2%p 낮은 수준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규직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확대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규직 임금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비정규직 임금은 경기상황을 반영해 등락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비정규직 10명 중 7명 자발적 선택

한편 비정규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근로자의 비율은 49.0%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의 40.2%에 비해 8.8%p 증가한 규모다. 비정규직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근로자의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크게 감소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경우 47.8%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반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72.5%에 달했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 중 자발적 일자리 선택자 비율 77.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치이다.

대기업 비정규직에서 자발적 일자리 선택 비율이 높은 이유는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사회보험 가입률 등 복지 수준도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올해 8월 기준 대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주요 사회보험 가입률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77.0%, 건강보험 80.3%, 고용보험 79.5.4%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기업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전체 정규직 평균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경기 상황에 따른 고용규모나 임금, 사회보험 가입 등의 움직임을 보면 '정규직의 경직성'과 '비정규직의 유연성'이 뚜렷하게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즉 비정규직의 규모나 임금수준, 근로형태 선택의 자발성을 보더라도 근로자의 양극화 문제는 고용형태의 문제 측면보다 대·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와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형성된 기득권 구조로 인한 사업체 규모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부문의 규제를 통해 풀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30인 미만 영세기업"이라며 "대기업 정규직만 과잉보호하는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사용사유 제한이나 정규직 전환 등 규제 중심의 해법을 강제할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의 94.8%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의 경영난 가중과 고용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홍원호 기자  hongfire@hotmail.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