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북미에 판매한 자동차의 연비를 잘못 표기해 자칫하면 수백만 달러를 물어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2일현대·기아차는 북미(미국,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일부 차량의 연비를 잘못 표기해 이날부로 연비를 1MPG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비 표시가 조정되는 차량은 2011~2013년형 모델 20개 차종 중 13개 차종이다. 이 기간 판매된 차량만 모두 90만대에 달한다.

이번 인하 조치로 북미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비는 27MPG에서 26MPG로 1MPG(0.425㎞/ℓ)가 낮춰진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미국의 연비 시험 절차 규정에 대한 해석과 시험환경 및 방법을 현대·기아차가 잘못 해석한데서 비롯됐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일부 모델에서 주행저항 편차를 발견하자 현대·기아차가 이를 받아들여 연비를 낮추기로 한 것. 다만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옵티마(K5)는 제외된다.

현대·기아차가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90만대라는 사상 초유의 연비 수정에 들어가게 된 것은 EPA의 끈질긴 시정 요구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초 EPA는 자체 테스트를 통해 현대·기아차가 광고해온 연비와 차이가 있다며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주행저항 측정은 공기 저항과 타이어 구름 저항, 구동 계통 마찰 저항 등을 종합 분석한 것을 말한다. 차이가 생긴 이유는 인증 테스트 과정에서 현대·기아차가 미국 규정을 해석하는데 일부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존 크라프칙 현대차 북미법인 CEO와 마이클 스프라그 기아차 북미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도 잘못된 연비 표기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또 구매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보상 방식은 구매자의 거주 지역 연료값을 기준으로 할 계획이다.

문제는 90만대에 달하는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손해배상을 걸어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구매자 개개인 마다 일일이 배상 금액을 책정해 이를 지급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지 언론은 현대·기아차 미국법인이 연비 표시 잘못으로 손해를 본 구매자들에게 대당 88달러씩 모두 수백만 달러를 배상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90만대의 차량에 대해 구매 시점이나 지역별 유가 등을 고려해 보상 금액을 결정하게 된다"면서 "사례가 다양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체 금액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컨슈머 워치독 등 미국의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지난 7월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의 연비가 갤런당 40마일이라고 광고했는데 실제로는 29마일 정도밖에 안된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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