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최태원 SK그룹 회장 (우)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회사 자금을 유용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기소된 SK그룹 최재원 부회장이 김원홍씨에게 보낸 펀드자금 450억원은 자신의 요청으로 보내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11월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SK그룹 최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심문에서 그는 "김씨에게 보낸 펀드자금 450억원에 대해 모른다는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며 "김씨의 투자제의를 받고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김준홍 전 대표를 통해 450억원을 송금했다"고 진술했다.

최 부회장은 "당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김원홍 씨의 말을 믿었고, 검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세무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어서 굳이 내가 보낸 돈이라는 사실을 검찰 조사에서 밝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김원홍 씨가 구속되자 공황장애에 빠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은 '이 돈은 회장이 보낸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고 전했다.

진술번복에 대해선 “450억 송금 지시 사실을 숨기면서 마음 고생을 했는데 김원홍 씨가 구속되고 검찰 수사가 강화되면서 형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며 “형 생일 다음 날인 2011년 12월 4일 워커힐호텔 콘더를 찾아가 말씀드렸다. 그래서 두 번째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검찰이 최 회장을 소환한 다음부터 김원홍 씨와 최 부회장은 진술을 바꿨다"며 서로 말맞추기 한 것 아니냐느 의구심을 드러냈다.

앞서 김원홍 씨는 지난달 25일 열린 피고인 심문에서 "최 부회장의 요청으로 450억원을 대여해 준 것"이라며 "최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은 검찰의 선처 얘기에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SK그룹 7개 계열사들이 베넥스 펀드에 1500억원을 출자하거나 선지급하도록 지시했느냐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최 부회장은 “(평소 본인의 대출업무를 담당하던 김원홍 씨를 돕는 취지에서) 장 모 SK 전 재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절차 편의를 봐주라고만 전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진술을 정리하면, 최 부회장은 2009년 손길슨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소개로 김원홍 씨를 만나게 됐다. 그 후 개인 돈이나 대출금으로 투자 위탁을 맡겼다. 2006년 2월 유진투자증권 5억 투자를 마지막으로 최 부회장은 직접 투자에서 손을 뗐다. 최 부회장은 2007년엔 형 최태원 회장의 투자건도 김원홍 씨를 통해 하도록 중간책 역할도 했다.

최 부회장은 “450억 송금 지시 사실을 숨기면서 마음 고생을 했는데 김원홍 씨가 구속되고 검찰 수사가 강화되면서 형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며 “형 생일 다음 날인 2011년 12월 4일 워커힐호텔 콘더를 찾아가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최 부회장은 2008년 1월엔 개인자금 10억원을 김원홍에게 투자했지만, 추가 투자 자금이 없어 고민하다 형 최태원 회장에게 상장을 추진하던 SK C&C주식을 대출담보로 삼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최 부회장이 유산상속포기에 따른 심적 부담감으로 인해 이를 허락했다. 김원홍 씨에게 흘러 들어간 450억원은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두 달만 빌려 쓰는 것이 조건이었다.

최 부회장은 “리먼 사태 이후 좋은 매물이 많았지만 더 이상 담보 보증물이 없어 투자가 어려웠고, 잠시 빌려 쓰고 이자까지 넣는 형식인 탓에 법적 분재가 없다고 말한 김원홍 씨의 말을 믿고 450억원을 그에게 송금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담보 대출이 많았던 상황에서 계열사 상장예정 주식마저 담보로 잡아 투자를 강행할 정도로 최 부회장이 절박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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