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가 농림수산식품위 국감에서 각종 비리와 특혜, 지나친 수익추구, 방만한 경영 등을 지적받았다. 매년 지적받아온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이 가해지고 있지만, 마사회는 수정하겠다는 말만 할 뿐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더불어 올해도 논란이 된 건 구매상한액 초과 판매. 경마산업은 엄연히 사행성 사업에 들어가는 만큼 국민의 사행성 중독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 15회 이상 마권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회당 구입가능한 액수는 10만원이지만 실제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2009년 8월부터 현장감독관을 배치해 적발 및 단속한 내역에 따르면, 마사회의 구매상한액 위반건수는 매년 증가추세다. 2009년 786건에서 2010년 3945건, 지난해엔 5261건으로 대폭 상승했다. 마사회는 공기업임에도 이익창출욕구 때문에 국민에게 도박행위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배기운 의원(민주통합당)은 "구매상한제를 지키지 않으면 그만큼 마사회의 수익이 늘기 때문에 제재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마사회가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강력한 의지로 구매상한제를 철저히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마사회의 돈 벌 욕심을 꼬집었다.

안일한 계약으로 1823억원 손실

구매상한제까지 어겨가면서 마사회가 벌어 들이는 돈. 그 씀씀이는 어땠을까. 마사회가 말하는 손익분기점은 약 5조5000억에서 6조5000억원 사이. 마사회는 매년 국감장에서 손익분기점 이하로 매출이 떨어지면 존립여부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그간의 수익추구행위를 변명해왔다.

하지만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치고 마사회의 방만경영과 직원 특혜는 상상을 초월했다. 마사회가 장외경마장(마권장외발매장) 설치를 추진하면서 부실사업자에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선지급하는가 하면 매장 설치 인가를 받지 못해도 토지를 매입해 준다는 비상식적 매매확약서를 써주는 등 무책임한 경영으로 묶여있는 돈이 1800억원대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황주홍 의원(민주통합당)에 따르면 마사회가 서초, 마포, 용산, 순천장외경마장 개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보증금이나 선지급금 등으로 지급한 뒤 회수하지 못하거나 건물·토지 등에 묶여있는 돈은 무려 1823억원에 달했다.

마사회가 미회수한 돈은 지난해 마사회 당기순익의 59%에 달하는 수준. 매매대금이나 보증금 등이 과다지급된 것도 문제지만 부동산 경기하락 등으로 토지를 매도한다고 해도 회수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 돈을 제대로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 상실, 소송비용 등 2차 피해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마포에선 시세보다 전세보증, 건물평가액을 과다계상한 순천과 용산의 경우, 부실사업자에게 매매대금을 과다하게 선지급했고, 서초경매장은 장외매장 인허가를 받지 못해도 토지를 사겠다는 매매확약서를 발급해주는 등 상식 밖의 거래를 남발했다.

이 같은 방만경영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마사회에서는 행한 조치는 관련 임직원 13명을 징계처분한 것 뿐이었다.

황 의원은 이와 관련 "일반 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법위반 여부를 떠나 경영진이 통째로 바뀔 중대사안이지만, 경영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실무진에게만 책임을 물었다"며 "마사회가 문제가 된 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최종적으로 마사회 손해가 판명날 경우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합, 부당판매 “돈 벌면 됐지”

심지어 마사회가 감독기관의 제지를 무시하고 위법성 온라인 마권장사를 해 매출 1387억원을 올리고 이중 130억원 상당을 수익금으로 부당 편취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춘진 의원(민주통합당)에 따르면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지난 2008년 12월 23일부터 이듬해 7월 19일까지 약 8개월 동안 판매를 계속해 130억원의 수익금을 얻었다.

온라인 발매란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PC 및 모바일 휴대단말기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온라인상에서 전국 어디서나 마권을 살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사행성 산업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사행성 행위로 인한 국민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 제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사감위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 법제처는 지난 2008년 12월 17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내렸다. 사감위는 농림수산식품부에 온라인 발매를 폐지토록 요청했고, 12월 23일부로 온라인 발매가 금지됐다.

하지만 마사회는 농수산식품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발매를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마사회는 마권구매표 및 마권용지를 납품을 2개 업체와 독점거래를 했는 데 이 과정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이 제출받은 마권구매표 및 마권용지 입찰 관련 문서에 따르면 마권구매표의 경우 지난 3년(2008~2010년)간 A업체가, 마권용지의 경우 지난 4년(2008~2011년)간 B업체가 독점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찰심사결과를 보면 이 두 업체가 어떤 이유로 선정되었는지 의심스럽다. A업체의 심사결과는 2008년 6등, 2009년 5등, 2010년 6등, B업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등을 기록했다. 분명 적격심에서 떨어진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마사회는 이 두 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줬던 것이다. A업체가 그동안 거둬들인 마권구매표 사업 매출은 33억6700만원이고 B업체가 거둬들인 마권용지 사업 매출은 53억5998만원으로 드러났다.

홍 의원은 "적격심사 및 제한입찰로서 납품 실적 등 업체에 대한 실사까지 한 후 사업권을 준 것으로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납품업체 간 담합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의혹은 모래 구매에까지 번졌다. 홍 의원은 “부산경마장과 제주경마장의 모래구매 입찰과정에서 고의적인 업체 밀어주기 정황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마장의 경우 특정업체의 낙찰을 위해 상대 업체가 입찰 상한선을 넘는 가격을 적어 내 고의로 탈락시켰다. 지난 2011년 4월 A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B업체가 102.04%로 투찰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C업체를 위해 A, D업체가 각각 105.39%와 108.68%를 적어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2년 3월에도 E업체가 낙찰받는 과정에서 C업체가 101%를 적어냈으며 같은해 7월에는 C업체의 낙찰을 위해 F업체가 101.19%를 적어내 탈락했다.

제주경마장 모래입찰 과정에서도 두 업체 간 갈라먹기 행태가 드러났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두 개 업체가 6차례 입찰에 참여해 번갈아가며 낙찰됐는데 홍 의원은 이 과정에서 담합의혹 해소를 위해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회사 명의로 입찰에 참여하는 수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정황상 담합의혹이 짙은데도 수년간 아무런 제지없이 입찰이 진행됐다는 점은 마사회 내부의 눈감아주기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입찰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입찰 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근무 중 골프는 예사
도박, 뇌물수수도 잇따라

임직원들의 직업윤리도 바닥을 치고 있다. 마사회는 을지훈련 의무 수행기관으로 훈련 참가 직원 외 모든 직원이 을지훈련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임직원들은 이 기간동안 훈련을 피해 골프를 치러 다녔다. 매년 지적되는 내용임에도 2009년 7건, 2010년 5건, 2011년 7건, 2012년 5건 적발됐다.

훈련기간에만 골프장을 애용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마사회는 라온컨트리클럽, 세인트포컨트리클럽, 에덴밸리컨트리클럽 등 3개 골프리조트의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마사회는 최근 3년간 임직원들이 이 곳을 이용한 건수는 814건에 달했다. 휴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가 근무일이고 경마일인 금요일과 토요일 이용횟수도 26건이나 된다.

게다가 이 골프 회원권도 임직원 복지용이 아닌, 마사회가 마주 등 관계자들의 복지를 위해 10억여원을 들여 구입한 것이었다.

이같은 마사회 임직원들의 내부 부패는 심각한 수준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급 시설처장부터 4급 과장까지 총 9명이 용역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현금, 한우선물세트, 장뇌삼, 룸살롱 비용 등 총 32건에 걸쳐 727만원의 향응을 수수해 처벌을 받았었다.

임직원 18명은 2008년부터 2년간 카드사의 지원을 받아 모두 5차례에 걸쳐 5600만원에 상당하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2009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행정센터 직원 2인은 마필관리자 상해보험 가입금, 조교사회 대팻밥 보증금, 관리사 통근버스 비용 잔여금 등을 총 82회에 걸쳐 6676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또 부산경남경마공원 서비스팀에 근무하는 4급 직원은 2010년 5월10일부터 5월14일까지 서울 삼성동에서 진행된 외부교육을 빌미로 근무지를 무단이탈, 5일간 강원도 카지노에서 도박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 총무팀 직원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향정신성 의약품 메스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을 매수, 투약해 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마사회의 연도별 징계건수에 따르면 2009년 9건(11명), 2010년 6건(10명), 2011년 10건(13명)이 발생했고 올해 8월까지는 8명이 경마비위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부족하다는 운영비
직원 퍼주기로는 ‘펑펑’

방만경영, 부정거래행위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마사회였지만, 임직원 챙기기에 있어선 아낌없이 퍼줬다. 규정 상 자격이 안되는 임직원에게도 사택을 제공했을 뿐더러 아파트 관리비에 식비까지 지원한 것이다.

김우남 의원(민주통합당)에 따르면 마사회는 현재 안양에 위치한 천마아파트 3개동 60.6㎡~84.0㎡ 규모의 사택을 임·직원 337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택 입주 대상은 관련 규정에 따라 무주택 세대주인 기혼자로 제한돼 있지만, 마사회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 98명(29.1％)에게 사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 26명은 아파트 등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고, 6명은 무려 4채나 있는데도 사택에 입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는 또 지난해의 경우 도시가스 요금 등 관리비로 4750만원, 아침·저녁식사비로 5659만원 등 1억원 넘는 예산을 사택 입주 자격이 안되는 임·직원에게 지원했다.

그렇다고 마사회가 직원들의 급여가 적은 것은 아니다. 2011년 마사회 임직원 783명 가운데 연봉이 1억원 이상의 임직원은 회장(2억2000만원), 1급(평균 1억2000만원), 2급(평균 1억600만원) 등 총 96명에 달했다. 일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100만원에 달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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