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지상파를 통해 묘지아파트로 보도된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 4차 아파트에 대해 공정위가 경고 처분을 내렸다. 논란이 된 아파트는 일명 '묘지 아파트’로 불리는 곳으로 전체 588세대 단지 중 약 80%에서 묘지 일부가 보이고, 405, 406, 407 등 3개동 117세대의 경우는 아예 묘지가 위치한 경사면이 정면에 있다.

입주민들은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고지받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사전에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는 계약서와 현장답사.

공급계약서를 보면 총 44개에 달하는 항목 중 37번째에 서측 일부에 종묘가 존재한다고 쓰여 있었다. 글자 크기는 불과 가로 1mm. 힘주어 보지 않으면 읽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실제 묘지에 있는 것은 왕과 그 일가의 묘를 뜻하는 종묘가 아니라 특정 종씨의 묘가 있는 선산이었다.

다른 하나는 현장답사. 현대건설은 분양자들에게 아파트 인근에 종묘가 있으니 현장 확인을 꼭 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사 중 아파트에 들린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유는 공사를 명목으로 현대건설이 묘지 앞에 펜스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높이는 약 10m가량. 주변을 꼼꼼히 답사하지 않는 이상, 묘지를 인식하기 어려웠다.

분양과 공사가 끝난 후에야 입주민들은 아파트 후면 경사로에 봉분이 가득한 것을 발견하게 됐다. 결국 입주민들은 지난 4월 공정위에 현대건설을 신고했고 공정위는 10월 11일 허위광고 혐의로 경고조치를 내렸다.

앞서 현대건설은 2007~2008년 파주시 문산읍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허위·과장광고를 했다가 2011년 6월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허위·과장광고를 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걸었으나 재판부는 2011년 8월 현대건설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 588세대는 아직도 분양 중에 있다. 매물가를 최초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이상 떨어뜨렸지만 그나마도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다. 입주민들만 울며 겨자먹기로 묘지를 바라보며 지내야 되는 상황이다. 입주민들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결과 주변에 묘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만적인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사실을 감추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번 경고조치로 위법성이 확인됐으며, 이를 기준으로 입주자들의 민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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