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경후 이경후 신임 상무대우,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씨가 임원으로 승진하며 CJ 오너가(家) 3세로의 승계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재현 회장이 경영복귀를 앞두고 있어 당장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CJ그룹은 지난 3월 6일 부사장 7명, 상무대우 25명, 상무대우(신규임원) 38명 등 총 70명을 승진시키고 49명의 임원을 이동시키는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승진자 가운데는 이재현(57)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3)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과 이 팀장의 남편인 정종환(37)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경후 팀장과 정종환 본부장은 인사에서 나란히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부인 김희재(56) 여사 사이에 딸 경후씨와 아들 선호(27)씨를 두고 있다.

1995년생인 이경후 신임 상무대우는 미국 콜럼비아대학교에서 불문학 학사, 심리학 석사 졸업한 후 지난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사업관리 및 기획 업무를 익혔다. 이후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주로 신시장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다. 임원 승진은 입사 후 6년 만이며 지난 2015년 3월 부장 승진 이후로는 2년 만이다.

이경후 상무대우의 남편인 정종환 상무대우도 미국 콜럼비아대학교에서 기술경영 학사, 경영학과 석사를 마쳤다. 그 뒤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이후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에서 일하다 2010년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했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시절 만나 2008년 결혼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경후 상무대우 부부가 동시에 임원으로 승진하며 CJ그룹의 3세 경영 체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생인 이선호씨는 현재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이번 임원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덩치 키우는 CJ올리브네트웍스

CJ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업무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지분 승계 작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후씨와 선호씨 남매가 모두 CJ그룹의 지주회사 ‘CJ'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지주사인 CJ를 통해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오쇼핑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경후 상무대우는 CJ 지분율은 0.13%에 불과하고,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은 보유한 주식이 없다. 이에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42.07%를 확보하는 것이 지분 승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CJ그룹이 향후 비상장사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활용해 지분 승계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해 지분을 매각한 뒤 CJ지분을 확보할 자금을 마련하거나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합병하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몸집 키우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두 남매의 지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는 방송송출 대행 계열사 CJ파워캐스트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앞서 CJ파워캐스트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씨가 100% 보유하고 있던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했다. 이후 CJ올리브네트웍스가 CJ파워캐스트와 지분교환을 통해 CJ파워캐스트를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CJ파워캐스트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순이익 100억원가량을 낸 알짜배기 회사다.

앞서 지난 2015년 이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두 자녀에게 증여했다. 다만,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이선호 과장이 누나인 이경후 상무대우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과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7.97%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으며, 이 상무대우도 6.91%의 주식을 갖고 있다. 1대주주는 지분 55.01%를 보유한 CJ다.

한편,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이재현 회장은 최근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앞으로 미국에서 건강 회복에 집중하고, 상반기 안에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만 57세인 이 회장은 신경 근육계 유전병 '샤르코 마리 투스'(CMT)를 앓고 있다.

CMT는 인간의 염색체에서 일어난 유전자 중복으로 인해 생기는 유전성 질환으로, 손과 발의 근육이 점차 위축,소실되어 마비되어가는 병이다. 이 회장 역시 CMT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어졌으며, 죽음에 대한 공포,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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