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성매매피해 여성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 실정이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성폭력 관련 사건들을 성매매 방지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오랜 시간 동안 강력범죄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 1992년 윤금이 씨 살해사건 뿐 아니라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촉발됐던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 등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체적-경제적 착취를 당하는 여성들

이에 지난 9월 성매매방지법 시행 8주년을 맞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성매매 피해여성의 법적 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서울특별시 다시함께상담센터 고명진 소장은 상담사례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이 받고 있는 피해 실태를 집중 분석해 발표했다.

현재 많은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 성 구매자, 업소 삼촌 등에 의해 신체적 위협과 폭력, 성희롱, 성폭력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벌금이나 보증, 고리사채 외에도 성형수술을 강요하거나 무속행위를 강요당해 경제적 착취를 당하고 있다.

이로 인한 무기력감,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 역시 심각한 상태지만 인권보호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고명진 소장은 “정부는 자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시간이 흘러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인권침해 행위를 근절하고 예방토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성매매방지법 상의 처벌과 보호에 대한 강력하고 철저한 시행을 당부했다. 

또한 “어제 우연히 보호관찰소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보호관찰소에서는 성매매를 한 남성과 여성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담당자의 인권의식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성매매가 적발될 경우 남성은 16시간, 여성은 40시간 동안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시간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남성들은 어쩌다 한 번이지만 여성들은 몇 년에 걸쳐 성매매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정재원 박사는 “1980년대 초반에는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용호하는 여성주의 진영이 형성됐는데 이같은 입장에 서 있는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중시하면서 섹슈얼리티를 누릴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주창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성매매 산업과 관련된 여러 특징들, 즉 중간 매개 구조, 성매매 카르텔, 법집행 단위의 의지 문제에 대한 무지로 인해 서구에서와 같은 논쟁은 성매매 특별법을 계기로 한국 성산업의 특수성조차 감안하지 않은 채 한국에서도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노동을 하는’ 당사자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성노동자’들이 범죄집단으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해 그들과 ‘노동협상’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사실상 성폭력 조건의 일부만을 완화하자는 결론에 불과한 매우 반인권적이고 사변적인 주장이다. 이는 사실상 성산업과 성매매를 옹호하는 성매매 카르텔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여성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행위는 여전히 조직 폭력 집단의 가장 중요한 사업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주장하는 매우 관념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정 박사는 설명했다.

이에 정 박사는 “성매매 축소의 문제는 노동시장과 빈곤 문제 등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총체적인 여성 차별적 사회 구조의 타파와 같은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여성들의 고용 노동이 극도로 제한된 한국의 상황 속에서 저임금, 불완전 고용 여성 노동자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직업으로서 성산업과 성매매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성매매 거래 액수는 7조원에 육박하고 있었으며 이 중 성매매 알선업체들을 통한 성매매 액수가 가장 많은 5조 4030억원을 차지했다.

지금과 같은 성산업과 성매매 접대 문화가 지속될 경우, 향후 이주 여성과 그 자녀들까지도 이런 다층적 착취 구조에 얽매이게 될 것이며 통일이 된다 해도 시장 경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북한 여성들이 성매매 여성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수많은 남성들이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성매매 여성들을 매매하는 전 과정에 개입해 이익을 얻거나 이와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현재 정부는 성매매특별법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국민의식의 전환과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와 지원서비스를 확충한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지원을 위해 ‘피해자’ 개념이 도입됐고 성매매피해자 상담소, 지원시설, 자활지원센터, 그룹홈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통해 성매매 피해자 특성을 고려한 긴급구조, 상담, 의료와 법률지원, 심리치료, 취업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