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구이람

1
가방 속에 원망 가득하면 
그 짐 또한 무겁고 힘겨워라 

나그네여, 감사의 짐은 언제나 가볍다네 
사랑하면 그 짐은 더욱 질 만하다네

이젠 머물지 않으리 떠나야 할 자리에
나그네로 살아가야 할 한 평생

2
짐이 무겁지 않도록 
그 속에 묵은 감정을 쌓아 두지 않으리
    
멀지만 함께 가야할 
너와 나의 나그넷길  

-시평-

다사다난 했던 병신(丙申)년을 뒤로 하고 정유(丁酉)년 새해를 맞이했다. 이처럼 해와 달은 어김없이 뜨고 지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우리에게 또 한 해를 선물해 주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거짓들이 뒤죽박죽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밝아온 새해도 어둠으로 물들이며 갈 길을 막아서고 있다. 지난해의 먹구름 속 천둥번개가 새해를 맞아서도 쉽게 걷히지를 않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이다. 

구이람의 시 ‘길’을 읽어본다. 이 시는 우선 길 떠나는 나그네의 짐은 가벼워야 함을 느끼게 한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방 속에 원망 가득하면
그 짐 또한 무겁고 힘겨워라
나그네여, 감사의 짐은 언제나 가볍다네
사랑하면 그 짐은 더욱 질 만하다네” 

아무리 무거운 짐,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탓하지 말고 마음을 내려놓고, 참회하며 사랑으로 극복하려 하면 그 길은 조금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다.  

우선 나와 내 주변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찬 내안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자. ‘거짓말’의 짐은 그 어떤 짐보다도 무겁고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엄청난 국가적 시련을 정의로움으로 새롭게 밝혀 가기를 바라는 연약하지만 간절한 염원의 소리들을 귀담아 들어야 하리라. 겸허한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씻어내며 우리가 가야할 길을 걸어가야겠다. 2017년 새해에는 어떤 탓도, 원망도 말고 감사의 마음으로 희망을 담아 힘차고 행복한 사랑의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가게 되기를 기원한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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