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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고수익을 약속하며 차명계좌로 고객의 돈을 받아 운용해오다 투자자들에게 총 1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현대증권(현 KB증권)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큰 규모의 손해를 입은 것에 반해, 해당 직원의 지인 중 일부 투자자들은 수십억원대 이익을 챙겼다며 회사 차원의 조직적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경남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현대증권 직원 박모 씨는 일부 고객들의 돈을 차명계좌로 받은 뒤 이를 펀드로 운용하며, 확정수익을 배당해 오다 수익률이 악화되자 고객들로부터 사기혐의로 고발된 뒤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경찰은 박씨가 지난 2014년 4월 30일부터 2016년 11월 21일까지 고객 118명에게 376억 원을 투자받은 뒤, 66명에게 116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평소 실적이 우수하다는 업계 평을 이용해 차명계좌로 고객들의 돈을 유치했다. 고객들에게는 원금 및 확정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말을 건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개인은행계좌로 고객들의 돈을 입금 받고, 지인 명의로 만든 증권사 관리계좌에 고객들의 돈을 넣어 운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 박씨의 근무 회사였던 NH투자증권은 박씨의 관리 계좌에 지나치게 거래가 많은 것을 이상히 여겨, 이를 관리유의계좌로 지정한 뒤 여러 차례 특별점검을 시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의 집중관리에 부담을 느낀 박씨는 이후 현대증권으로 이직했고, 현재 현대증권은 KB투자증권에 인수된 상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시 계좌주와 계좌명을 대조하는 등 여러 차례 감사를 나갔지만, 개인거래 내역은 회사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이라며 “계좌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및 통제에 박씨가 부담을 느끼고 현대증권으로 이직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3월 박씨가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해당 계좌의 수익률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박씨는 고객들에게 확정 수익을 지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376억원이었던 잔고는 박씨의 구속 직전 887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수익을 배분받지 못한 일부 고객이 박씨를 경찰에 고소하며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에서는 이번 사건을 박씨의 단독범행이라 보고 있으나,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은 경찰 측에 KB증권에 대한 수사 확대를 요구 중이다.

박씨가 투자 권유 단계에서 “팀 단위로 펀드를 조성해 운용한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와중에도, 투자자로 참여했던 A씨 등 박씨의 지인 두 명은 20억원대의 수익을 올렸다"며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사기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박씨를 현대증권으로 영입한 이 회사 임원이자 그의 직속 상사였다. 

KB증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직원 개인의 사금융 사건으로 회사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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