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기획재정부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상향 지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 및 은행 노조의 갈등이 일고 있다. 정부 통제를 통해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와, 감시 강화로 인해 독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노조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개최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공기업 지정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1월말 공운위를 열어 공기업과 준 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공공기관의 신규지정 및 해제, 분류 변경 등을 결정한다. 공공기관 지정 범주에 따라 정부의 통제 정도가 달라지는데, 공기업이 가장 강한 통제를 받고 기타 공공기관이 제일 낮은 수준의 감시를 받는다.

정부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산은과 기은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할 뿐 아니라, 현재 민간회사로 분류돼있는 산은캐피탈 및 IBK캐피탈 등의 자회사 또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은행의 공공기관 지정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2년 1월 이명박 정부 당시 민영화 방침에 따라 두 은행은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으나 박근혜 정부에 민영화 명분이 사라지자 2년만인 2014년 1월 다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산은과 수은 모두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총 수입액 중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으로, 시장형 공기업 선정 요건을 갖췄으나 지금까지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왔다. 올해부터는 기준에 따라 공기업으로 선정해 공기업 경영평가를 거치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두 국책은행의 공공기관 회귀는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론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해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관련 대규모의 여신을 껴안고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음에도 성과급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는 관리 소홀을 원인으로 보고, 통제권한을 강화해 직접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및 두 은행의 각 노조가 반발에 나섰다.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주무부처가 기존 금유위에서 기재부까지 더해져, 두 부처의 관리를 동시에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과는 다르게 예산 편성 및 집행, 인력운용 등에도 기재부가 개입하게 된다.

금융위 또한 권한 이관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등의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더뎌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두 은행 노조는 각각 성명서를 통해 공기업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 노조는 “산은의 구조조정 관련 금융지원은 통상마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기재부에 보고·협의 후 승인을 받느라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기업은행 노조도 “기은이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정부 지침과 가이드라인에 얽매여 좌지우지되는 `허수아비 공기업`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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