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동아쏘시오그룹이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카스’ 신화를 이룬 강신호(90)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강 명예회장의 4남이자 오너 3세인 강정석(53) 동아쏘시오그룹 부회장이 차기 회장직에 오른 것. 강정석 회장은 '젊고 유연한 리더십으로 업계 1위를 재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제약업계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 속 강정석 회장이 동아제약의 영광을 재현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신임회장<사진제공=뉴시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2일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강정석 부회장이 신임회장이 됐다”고 발표했다.

강 신임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강중희 회장의 손자이자 강 명예회장은 넷째아들이다.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약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영업현장에서부터 경력을 쌓았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2006년에는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사장, 2007년에는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강 신임 회장은 2013년 동아제약의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

경영권 분쟁의 최종 승자

동아제약은 4남인 강 신임 회장이 그룹 후계자로 낙점되기까지 이른바 '부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겪기도 했다.

강 명예회장은 슬하에 4남 2녀를 뒀다. 아들 4명 가운데 장남 강의석(64)씨와 차남 강문석(56) 전 동아제약 부회장은 첫째 부인 박정재씨 사이에서, 3남 강우석씨(54)와 4남 강정석 신임회장은 둘째 부인인 최영숙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중 차남 강문석씨와 4남 강정석씨가 동아제약 후계자 자리를 놓고 분쟁을 벌였던 것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강문석 전 부회장이 동아제약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와 스탠퍼드대 공학 석사,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1987년 동아제약에 입사 한 뒤 10년만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며 줄곧 후계자로 거론돼 왔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전 부회장은 2004년 아버지인 강 명예회장과의 의견 차이를 보인 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고 부자간 갈등을 겪었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시작되자 강 전 부회장은 동아제약을 전문의약품 기업으로 키우고자 사업구조를 개편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버지 강 명예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광동제약에 생산한 '비타500'이 급성장하며 동아제약의 주력 제품인 박카스를 위협하자, 강 명예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강문석 전 부회장 대신 강정석 신임회장을 후계자로 교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아버지와 갈등 및 동생의 부상 속 강 전 부회장은 이사회 표결까지 가는 등 구체적인 경영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패했고 지난 2008년 보유 중이던 주식을 전부 매각한 뒤 그룹을 떠났다.

형의 부침 속 강정석 회장의 경우 그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13년 아버지의 주식을 물려받고 그룹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5년에는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1년만에 그룹 최고의 자리에 앉게 됐다.

업계 1위 탈환할까?

강정석 회장이 이끌게 된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말 이미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40~50대 젊은 세대로 물갈이했다. 핵심 계열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신임 대표에 한종현(49) 사장을, 전문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에스티에는 민장성(49) 동아오츠카 사장을, 일반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제약에는 최호진(51)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강정석 신임회장은 최근 선임된 젊은 사장단들과 함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변화 경영과 글로벌 경영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고 이번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강정석 회장 앞에 놓인 당면과제로는 지난 47년간 유지해온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아오는 것이 손꼽힌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201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중심으로 전문의약품(OTC) 전문기업인 ‘동아에스티’와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 전문회사인 ‘동아제약’, 에스티팜 등 22개사 계열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동아쏘시오그룹의 제약부문을 책임지는 동아에스티와 동아제약의 매출은 둘을 합쳐도 업계 4~5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동아쏘시오그룹의 매출 하락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동아에스티와 동아제약으로 조직이 나뉜 영향도 있지만, 과거보다 전문의약품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강 신임회장은 공격적인 연구개발(R&D)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매출액 대비 10%이상을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다. 금액으로 보자면 지난해 R&D 비용(574억원)보다 200억원이나 많은 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R&D)투자를 좀 더 확대해 동아에스티의 영업력을 늘려 지난날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카스 신화’ 강신호 회장 2선 후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은 동아제약 창업주 고(故) 강중희 회장의 뒤를 이어 35년간 그룹을 이끌어 온 인물로 한국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독일 유학 시절 구상한 국민 드링크 ‘박카스’를 1961년 직접 개발해 동아제약을 업계 1위로 성장시켰다. 지금까지 박카스의 누적 판매량은 200억병에 육박한다. 강 명예회장은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1981년 그는 제약업계 최초로 1977년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신약 원천기술 확보 및 국산 신약을 개발하는 등 한국 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분야를 선도했다. 2002년에는 자체개발 천연물신약 ‘스티렌’을 출시했으며 2005년에는 국내 최초로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를 시장에 내놨다. 1987년 한국제약협회장과 2004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내며 재계의 맏어른 역할도 했다. 제약 업계에선 “강 명예회장이 고령임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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