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11.22 수 21:45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시계제로 한국경제' 내수활성화와 혁신만이 살길
김희정 편집국장 | 승인 2017.01.04 17:12

한국경제가 ‘시계제로’ 상태로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1분기에 돈을 푼다는 계획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아 한국 경제 연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대로 낮게 잡았다.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저유가에 따른 소비확대 효과가 사라지는 가운데 소비세 인하 종료, 김영란법 시행 등 정책방향도 소비활력을 낮추는 요인”이라며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불안 심리도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장기적인 잠재성장세의 저하 흐름과 단기적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성장세는 2017년은 지난해에 비해 뚜렷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달러 강세 상황에서 수출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높아지지 못할 것이고, 보호주의 흐름 강화로 통상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이 성장을 이끌 정도로 활력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해외 투자 은행들의 평균적인 성장률 전망치가 2.4%인데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서 0.2%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라며 올해 경제 전망치를 2.6%로 잡은 것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다.

정부는 일단 올 1분기가 한해 성장률을 좌우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필요한 재정자원을 1분기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마디로 시장에 돈을 푼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사실상 0~0.1%로 성장이 멈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올 1분기부터 이 같은 정체를 바로 끊어내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저성장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올해 집행할 예산 280조원 가운데 31%인 87조원을 우선 1분기에 쏟아붓기로 했다. 1분기 재정 집행률 31%는 역대 최고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여성소비자신문>이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거의 대부분의 자금이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이번 1분기에 정부가 쏟아 부을 자금도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에 흘러들어가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을 개선시키기는커녕 최순실과 같은 또 다른 세력의 주머니를 채워줄 눈먼 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 정치와 정부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의 3대 위험 요인을 부동산, 가계부채, 한계 기업으로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그나마 10.8%의 건설 투자율을 기록하며 소비를 떠받치고 있던 건설업이 올해는 4%데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도 올해 가장 어려운 문제는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불과 10년 사이에 가계부채는 300조원에서 1300조원으로 불어났다.

정부는 올해 대출금리 상승으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따라서 민간 소비 증가율은 자연스럽게 지난해 2.4%에서 올해 2%대로 떨어지고 취업자 증가 폭도 지난해 29만명에서 올해 26만명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했다.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렸지만 정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 금리를 낮추고 주택 구입을 위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서민들이 가계부채를 늘리는데 일조했다.

그 결과 올해 실제로 한계 상황에 몰리는 가구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올해 신용등급이 7~10등급 또는 저소득자(소득 하위 10%)가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발생하게 될 다중 채무는 78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159조원에 달하는 2금융권 주택 담보 대출이 뇌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택담보 대출은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 비율이 42.5%이지만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등 2금융권을 이용하는 대출자의 85%는 변동금리를 이용했다.

따라서 미국발 금리인상이 한국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쓰리질 가구들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이자로 60만원을 지급하던 사람이 100만원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집을 경매에 내놓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애초 이를 부추긴 것은 정부였다. 뒤는 생각지 않고 우선 경기부양을 하겠다며 정부가 주택 대출 이자율을 1%대로 낮게 책정하면서 실제로 많은 가구들이 이에 동참했다.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가계 부채 연착륙을 위해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인 가계 부채 증가율을 올해부터 한 자릿수로 묵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기반으로 하는 대출 심사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선 시점에서 한 박자 늦은 정책이라는 바판을 비켜가기 어렵다. 

가계 빚을 눈덩이처럼 확 불러놓은 상태에서 이제 와서 은행 대출을 까다롭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동안 우리는 미국발 긍융위기니, 일본의 엄청난 사무실 공실률이나 하는 말들을 수없이 들어 왔다. 그런데도 막상 정부가 금리 인하 등을 내놓으며 주택 구입을 부추기자 서민들 특히 젊은 층들은 이에 솔깃해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정부의 어설픈 경기 부양책에 소비자가 놀아난 꼴이 됐지만 그 책임을 개인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자본주의의 시스템이다.

간혹 구제 방안 등의 정책이 있긴 하지만 그 혜택을 보는 것 역시 기업들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빚을 많이 지게 돼 도저히 그 빚을 상환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정부돈을 끌어와 갚아주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이런 구제 정책 역시 엎질러진 물을 담는 꼴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회사의 비율이 이미 33.9%에 달할 정도로 한계 상황에 이른 기업들이 늘어났다. 특히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과거 우리나라의 성장을 견인해 온 산업업종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부분에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됐다. 이들 업종에서 근무한 사럼들 중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므로 이것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기업들의 빚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이들 회사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까지 도미노로 넘어지게 되기 때문에 방치할 수만은 없다. 이에 정부는 일단 자구 노력을 열심히 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주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은 퇴출시켜버린다는 방침을 아예 세워놓았다.

이 같은 안팎의 내우외환의 위기들을 마주하면서 수년전에 있었던 유럽발 경제위기가  다시 한번 떠오른다.

2011년 6월 13일, 그리스가 더 강력한 내핍재정 정책을 펴야만 한다는 EU-IMF 양자간의 감사 결과가 나온 이후 스탠다드 앤 푸어스는 그리스의 채권등급을 가장 낮은 등급인 CCC로 하향조정하면서 그리스의 국가 부도 사태로 이어졌고 유럽발 경제위기로도 이어졌다.

그리스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과 뿌리 깊은 부정부패, 과다한 사회보장비 지출과 취약한 제조업 경쟁력 등이었다.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부정부패와 탈세가 그동안 공공부문이 살아온 방식”이라고 반성하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이 그리스와 같은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는 이런 위기를 돌파할 힘도, 방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모델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내수 수출 균형경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바뀌고 있다는 징후는 희미하다. 

내수를 키우고 서비스업을 육성해 활로를 만들어내야 한다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으면 혁신도, 성장도 어렵다는 지적만 무성할 뿐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다. 

우리 경제가 지난 50년간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발전 모델이 수명이 다했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바뀌고 있다는 징후는 희미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지난 50년간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발전 모델이 수명이 다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저성장 국면에 적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한다.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혁신하는 곳만이 생존할 수 있으므로 그동안의 대기업 중심의 산업군을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군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개인 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이 자생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 등 일자리가 마련되고 소비가 활성화되면 경기 부양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김희정 편집국장  penmo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희정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