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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그믐밤 목욕'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6.12.20 10:59

그믐밤 목욕

             구 이 람

묵은 때를 벗기러 대중탕에 갔다
365일 때를 말끔히 벗겨 내면서
새해 새 아침을 맞아야지

탕 안에는 여자들의 만 가지 실루엣이 일렁이고
아가도 엄마도 언니, 아주머니, 할머니도
모두가 벌거벗은 몸뚱이 그대로
시간이 할퀸 나이를 보여 준다

화장기 지워진 얼굴, 뱃살 출렁이는 근육질
늘어진 젖가슴이 부끄럽지 않다
천의 얼굴 천 가지 비누로 씻어내지만
저 마음속 깊이 씻어줄 비누는 어디 있는가

살 터지도록 문지르는 땀방울 손길
마음 속 옹이 뽑아내려 안간힘 써도
마음은 자꾸 미끄러져 달아난다
몸과 마음이 밤새 숨바꼭질하는 그믐밤 목욕

-시평-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고 가만히 있어도 겨울은 지나가듯이, 우리의 삶도 어우렁더우렁 여울져 흐른다. 말도 많고 일도 많지만 결국 흘러가는 것이다.

이렇듯 함께 하는 세상살이에서 우리는 늘 먼지를 닦아내야 한다. 먼지를 마시면 몸에 병이 든다. 손과 발, 몸은 매일 씻으면서 마음은 잘 닦지 않고 그대로 고여 있게 두는 경우가 많다. 웅덩이에 고인 물은 썩지 않던가.

세모(歲暮)가 되면 누구나 마음이 분주해진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정리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미처 씻어내지 못한 지난 1년간의 묵은 때를 말끔히 벗기고 활짝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싶다. 마음 한 켠에 꽁하고 박힌 옹이가 아직 먼지로 덮여 있다면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어렵다.

“살 터지도록 문지르는 땀방울 손길/ 마음 속 옹이 뽑아내려 안간힘 써도/마음은 자꾸 미끄러져 달아난다/ 몸과 마음이 밤새 숨바꼭질하는 그믐밤 목욕” 언제나 화합을 깨는 요인이 바로 그 옹이인데, 먼지로 덮여 보이지 않으면 씻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새해를 맞으며 생각한다. 모두를 이해와 사랑으로 감싸고 개인의 발전을 추구하며 사회와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자고. 이런 삶은 얼마간 희생이 따르지만 큰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고.

그러면서 마음 속 옹이를 뽑아내려 애쓰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떠나면 그만이다. 생각을 일으키는 그 흐름을 따라 그 성품을 깨우치면 근심도 없고 경계에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삶은 또한 참는 것이다.

세상을 살려면 참고 참아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참는 게 제일이지만 억지로 참기만 한다면 병이 나고 만다. 세상은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잘 참아내는 방법은 상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는지?

이 시에서는 마음 근본은 아무리 써도 닳지를 않는 것이니 마음을 깨끗이 닦으며 많이 쓰고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음은 자유자재로 걸림이 없어야 방해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여기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니,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받들며 모두의 삶이 늘 새롭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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