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실천포럼이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2016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포럼을 개최했다.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일․가정 양립 민관협력 성과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주제 발표를 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난임지원, 육아휴직자 복귀지원 등 임신과 출산지원, 육아지원 관련 법률이 마련돼 있다. 이밖에도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 일하는 부모 양립지원 방안, 청년 여성 연계지원방안 등 정부 각종 정책 지원 방안들도 마련돼 있다.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에 대한 인지도 조사 결과 출산전후 휴가제에 대한 인지율은  80.7%, 육아휴직제 인지율은 77.3%, 배우자출산 휴가제 인지율 68.6%, 직장보육지원 인지율 56.5%, 유연근무제 47.1%,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44.1%, 가족돌봄 휴직제 인지율이  36.2%(2015년 기준)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이 같은 일․가정 관련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시행이 더디고 실제 활용률도 저조한 편이다.

육아휴직 사용자는 2014년 기준 7만6833명(전년 대비 10.4% 증가)으로 이중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자는 지난 10년간 19배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95.5%인데 비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5%로 저조하다.

기혼 여성의 20.7%가 결혼,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용자의 직장 유지율은 59.5%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육아휴직제도나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잘 활용하면 기업에서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할 수 있다.

강혜련 교수는 “현행 가족친화제도는 선진국 수준이며 여가부와 고용부, 복지부, 기재부 등 정부 주요 부처에서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맞벌이 가구 비중이 43.9%로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 기혼여성들의 대부분이 가사나 육아 문제로 직장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남녀 직장인 모두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한다. 그런데도 한국 최고의 기업들은 첨단 사옥을 짓는 데는 온 힘을 기울이면서도 육아휴직 여성을 위한 대체 인력을 투입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인해 일하는 싱글녀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어 실질적인 차원의 일․가정 양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전세계 222개국 가운데 220위, OECD 국가 중 꼴찌에 머물고 있다.

강 교수는 “기업들의 오랜 관성적 사고를 바꾸기 위해서는 외부 촉매제가 필요하다. 가족친화경영 정책 브랜드인 가족친화인증제와 민관협의체인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테스크포스를 통해 민관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족친화 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기업, 기관들의 제도 활용률이 이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가족인증기업들의 가족친화제도 활용률은 미인증 기업들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 인증기업을 대상으로 분석을 해본 결과 가족친화제도 활용률이 높은 기업들은 성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도요타발 재택근무 혁명이 일어난 바 있다. 도요타는 2016년 8월부터 본사직원 35%, 2만5000명에 대해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도요타 역시 육아문제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는 30대 직장 여성이 많았다.

유능한 직원을 지키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므로 도요타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부모를 돌보는 사람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유연성있는 직장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전체조직이 아닌 부서 차원의 맞춤형 접근을 시도했다.

그리고 근로자 개인의 필요와 조직의 필요를 부서 특성과 상황에 맞게 적용시키고 ‘남성은 생계를 책임지는데, 기혼 여성은 조직에 헌신적이지 않다’는 것과 같은 기존 관념들의 틀을 깨는 노력들도 기울였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인재 활용 TF 성과와 발전적 민관협력 모델’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여성인재활용TF는 컨설팅을 신청하거나 설문조사 결과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과 기관을 선정해 기업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며 “TF는 2014년 18개 기관, 2015년 15개 기관에 대해 컨설팅을 실시했으며 2016년에는 10개 기관을 목표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인재활용TF는 기업과 기관의 여성인재 활용 및 양성평등 수준을 진단하고 실천계획 검토 및 권고, 실천계획 이행 방안을 점검하는 일을 한다.

특히 기업과 기관의 여성인재 활용이나 양성평등한 조직문화, 일․가정 양립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해주고 필요시 유관기관과 연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TF활동의 성과로는 첫째 기업내 여성관리자 비율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풀무원은 여성관리자 목표제를 시행해 2020년 30%의 여성관리자를 달성할 목표를 설정했다.

둘째 가족친화기업 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 LG유플러스는 근무시간 외 스마트폰 업무 연락 금지 정책을 올해 도입했다. CJ는 난임부부 시술 비용을 지원했다.
 
셋째 TF는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일에 기여했다. KT&G는 출산 휴직 1년(임신~출산전)제도를 신설해 남성을 포함해 육아휴직 2년으로 확대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육아휴직 기간을 지난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신세계는 난임휴직제를 신설해 1회 3개월, 최대 6개월 동안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올해 신설했다.

이밖에도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에 41명이 시간선택제 근무제도로 전환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이용자가 전년 대비 78.3% 늘어났다.

기업의 유연근무제도 실태를 보면 한국은 시간제 도입이 11.3%인데 비해 유럽은 69%, 미국은 36%에 달한다. 시차출퇴근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도 한국은 12.7%에 불과한데 비해 유럽은 66%, 미국은 81%이다.

탄력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기업은 한국이 9.2%인데 비해 일본이 52.8%나 된다. 또 재택근무 시행률은 한국이 3%, 미국 38%, 일본 11.5%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장은 “일 가정 양립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가 96.7%나 돼도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인건비 부담(25%), 기존 근로자 불만(23%), 인사관리의 어려움(32%) 때문이므로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기업문화와 업무 프로세스가 과학화가 되지 않아 일이 쌓이는 문화속에서 여성만 배려하는 정책은 오히려 여성들이 눈치만 보게 만든다”며 대중적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국내 100개 기업, 4만951명을 대상으로 기업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하는 방식(업무지시, 회의, 보고 등)의 문제가 상시 야근을 야기하고 여성인재에게 가장 불리한 직장풍토로 작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과학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야근 등의 구태문화가 여성의 직장생활에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A기업의 여성임원은 “여성이 임원이 되려면 야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성 동료 중 뛰어난 사람도 많았지만 가정 때문에 결국 버티지 못했다. 나는 야근이 가능해서 임원이 된 거다”고 말했다.

B기업의 한 여성 과장은 “야근이나 회식때 아이 때문에 일찍 가봐야 한다고 하면 배려는 해주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눈치 보이고 소외되는 것 같아 직장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이 같은 핸디캡 속 ‘능력없고 소극적’이라는 편견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승진 등에서 여성이 불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성은 ‘여성의 소극성(24%)’,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23%) 순으로 응답했다. 여성은 ‘출산․육아’ 문제(35%) 다음으로 ‘업무 능력에 대한 편견’(30%)이 승진의 장애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 팀장은 “기업문화의 문제 현상들은 조직의 운영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 가치관 등이 복합 작용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종합적, 근본적 해결이 중요하다”며 “습관적 야근, 여성에 대한 편견, 상명하복 문화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는 여가부가 대기업·공공기관·단체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2014년 6월부터 내년 6월까지 3년간 활동하는 민관협력체이다. 현재 144개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포럼은 민간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문가 주제발표와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정책조사실장의 진행으로 TF 구성원인 경제단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종합토론, 우수사례 발표순으로 치러졌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이번 포럼은 내년 6월 태스크포스 활동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TF의 취지와 성과를 이어 향후 보다 진전된 민관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으로 일·가정 양립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민관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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