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전은 정반합의 원칙에 따른다. ‘정’도 중요하지만 검증된 ‘반’이 없다면 합의 원칙에 도달하지 못한다. 유전자변형농산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통칭 GMO는 정에 해당하는 내용만이 알려져 있는 반면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때문에 일부에선 ‘반대급부’가 빠진 GMO를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을 따 프랑켄 푸즈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 연구팀이 GMO 작물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랑스 언론에 소개된 첫 GMO 유해 결과

프랑스 칸 대학 길레스-에릭 세라릴니 분자생물학과 교수팀이 최근 미국 '식품화학독성학(Food ans Chemical Toxicology)'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년 간 GMO 작물을 먹은 쥐에게서 유선 종양과 간ㆍ콩팥 손상 사례가 크게 늘었다.

미국 몬산토사에서 개발한 옥수수 NK603는 제초제(라운드업)에 내성을 갖은 품종. 이 품종을 2년 간 지속적으로 섭취한 암컷 쥐 중 50~80%에서 유선 종양이 나타났다. 반면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에선 그 비율이 30%에 그쳤다.

또한 GMO를 섭취한 쥐는 실험 7개월 만에, GMO를 섭취하지 않은 쥐는 실험 14개월 후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또한 GMO를 섭취한 쥐는 종양발견 초기에 70%가량이 죽었으나 대조군은 같은 시간 내 20%의 사망률에 그쳤다.

스피루(Spiroux) 연구원은 "11%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섞인 옥수수를 먹은 암쥐의 사망률이 2~3배, 숫쥐는 5배나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GMO가 내분비선을 위협하는데, 특이하게도 11% 소량의 제품을 먹은 쥐의 치사율이 더 높다"고 밝혔다

종양의 크기에서도 차이가 나 암수를 통틀어 GMO를 섭취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종양크기가 2~3배 더 컸다. GMO를 섭취한 수컷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간 괴사율이 2.5배에 달했으며, 콩팥 이상은 1.3~2.3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쥐의 몸에 난 종양은 호흡이나 소화가 힘들 만큼 커서 건강에 해로울 정도였지만 18개월이 돼서야 나타났다”며 “이는 장기간 시험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GM 옥수수와 NK603이 생화학적·물리학적 경로로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GMO 산업을 대변하는 영국 농업생물기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업계는 GMO의 안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안전한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앤서니 트레와바스 에든버러 대학 교수는 연구표본으로 사용된 200마리의 쥐에 대해 “유의미한 결론을 내기에 지나치게 적은 수”라고 비판했다.

GMO 안전띠, 각국의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GMO의 인체 유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반증 사례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문제가 없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에 발견되지 않은 치명적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가 과학의 역사에선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GMO는 학계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점을 배제하더라도 과학계에서 반증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칙은 항상 감시와 주의의 대상이 된다.

현재 가장 엄격하게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EU로 GMO 원료를 사용한 모든 식품에 표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EU중에서도 가장 규제가 강한 나라로 안전상의 이유로 2008년 몬산토의 MON810의 재배를 전면 금지시켰다.

MON810는 옥수수 자체에 살충 성분이 포함된 품종으로 독성 실험에서 하나의 옥수수로 죽일 수 있는 벌레 수가 당초 설계보다 더 많았다. 당시 프랑스는 강한 독성을 지닌 옥수수를 장기간 반복 섭취할 경우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판매를 중지했다.

GMO작물을 대상으로 한 쥐 실험 부문에선 프랑스가 독보적으로 2007년 3월 몬산토 MON863를 반복적으로 섭취한 쥐에게서 대조군보다 더 자주 신장 손상이 발견되었으며, 성별에 따라 체중과 혈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번에 NK603 쥐 종단 연구를 한 세라릴니 교수는 유럽 식품안전청(EFSA)의 식품 안전성 평가 기준에도 문제 가 있다고 지적한다. EFSA는 한 식품을 90일 동안 먹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식품 안전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쥐 실험에서 드러났듯이 약 세 달을 두고 보는 EFSA의 기준이 GMO 안정성 검증에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세라릴니 교수는 “90일은 쥐의 젊은 시절에 해당하기 때문에 쥐의 평균 수명인 2년 동안 검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MO 반대자들도 GMO들이 재배된 지 15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장기간 영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GMO에 대해 가장 옹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으로 GMO 원료사용 표시를 식품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GMO 회사인 몬산토 사를 보유하고 있다. 몬산토 사는 콩 외에도 옥수수, 유채(카놀라유의 원료), 면화 부문에서 현재 전 세계 종자 시장을 제패한 상황이다. 그 결과 미국은 현재 세계 GMO의 총본산이 됐다.

그러한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199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칼진 사가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인 ‘플레이버 세이버(Flavr Savr)’의 판매를 허가하면서 반대 여론이 촉발됐다. 미국 내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광우병과 GMO의 세계적 전문가 마이클 한센 박사는 "GMO를 수입하기 전에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경고하고 있다. 
 
그가 우려하는 GMO의 부작용은 알레르기 유발부터 소화기관의 변형, 면역구조 교란까지 폭넓다.

국내는 GMO에 대해 제한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문제가 된 MON810과 MON863은 2002년과 2003년 각각 수입승인이 났으며 GMO 원료 표시제도 GMO 작물을 주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 중 GMO 성분이 남아 있는 식품에만 표시를 하는 등,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설령 GMO를 원료로 사용하더라도 DNA 흔적만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고추장, 두부, 간장 등은 가공과정에서 DNA가 사라지는 만큼 GMO 원료표시를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림식품수산부가 발표한 ‘2010년 농식품 안전 백서’에 따르면 수입산 콩의 경우 81.3%가 GMO인 것으로 드러났다. 두부 등 특정 식품의 경우 대다수가 미국산 콩으로 만들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상품에 GMO가 사용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2006년 완성품의 성분과 관계없이 GMO를 원료로 쓸 경우 표시를 하는 제도 시행을 추진했지만 식품업계의 반발로 현재까지 무산된 상태다.

수입된 GMO 옥수수는 전분, 물엿 등으로 가공되며 술, 과자, 음료 등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간장, 커피, 마가린도 포함된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GMO 콩으로는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기름과 간장을, 일반 콩으로는 고추장, 된장, 두부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GMO 성분이 함유된 걸 잘 모른다"며 "식용유가 들어간 가공식품은 거의 GMO 성분이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제한적 표시제를 반대하는 측은 생산량 증가 및 경제적 차별 야기를 이유로 든다. 세계 식량위기가 우려되고 있는 현재 GMO를 포기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유통구조 상 일반 수입작물은 GMO에 비해 수입가가 높은 만큼, 판매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은 GMO를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1년 멕시코 시티 '옥수수의 날' GMO반대 시위자

핵무기보다 무서운 GMO 식량안보

GMO로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식량자급권이다. 몬산토 및 GMO 회사들은 터미네이터라고 하여 GMO 작물의 자체 생식 및 타품종 간 교배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만일 재배된 GMO가 생식기능을 가지면 GMO가 아닌 작물과 교배될 수 있으며 또한 재배자가 재생산을 통해 몬산토로부터 종묘를 사지 않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제한을 거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GMO는 일반 수입산 작물보다 가격이 싸고, 농가에서도 수확량 등의 이유로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무기화될 수 있는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 등은 전통적으로 생식이 가능한 작물을 재배하는 법과 GMO 작물을 재배하는 법은 완전히 달라 GMO만 재배할 경우 전통적인 재배법이 실종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생식이 가능한 우량종묘의 상실도 같은 처지에 처해져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이사장은 지난 9월 이원욱 의원이 주최한 ‘GMO표시제,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GMO표시제 개정안이 4년 간 유보되고 있던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국가 식량안보의 큰 틀에서 다뤄야 한다”고 전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