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거주 중인 송모(25)씨는 인터넷 계약기간 종료를 며칠 앞두고 타사로 이동하기 위해 KT에 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KT는 송 씨에게 “인터넷을 옮기면 결합상품인 전화와 IPTV도 해지해야 된다”며 “전화와 IPTV는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아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송 씨는 “결국 타사로 이동하는 건 포기했다. 처음 가입할 때 별다른 말이 없어서 생각도 못했는데 꼼짝없이 IPTV 계약 기간까지 KT를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됨과 맞물려 IPTV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IPTV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보기 등 원하는 채널을 마음껏 골라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해약 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미비해 많은 소비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IPTV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상품에 가입해야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IPTV 가입 이후 해지 시 위약금과 관련해 소비자가 알아야 할 주의사항은 별도로 고지되지 않는다. 해지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상식선이라 고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 통신사 변경 시 위약금 부과

가장 큰 문제는 사용 중인 인터넷 통신사를 변경할 시 IPTV 역시 변경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 통신사에 해당되는데 인터넷과 IPTV 회선이 같아야 하는데서 생긴 문제다.

다만 SK브로드밴드의 BTV는 타사 인터넷을 이용해도 개통이 가능은하나 서버에 접속해 개통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 후 사용할 수 없다면 SK브로드밴드에 가입해야 시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통신사가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통신사의 제품을 사용하면 결합상품 이용 시 발생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없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인터넷 혹은 IPTV 서비스 해지 시 위약금을 내고 통신사를 옮기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변현명 매니저는 “타사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에도 BTV를 계속 시청할 수는 있지만 결합상품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이용해야 한다. 결합상품이 더 저렴한데 굳이 비싼 돈을 내면서 타사 상품을 이용할 소비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KT 관계자는 “인터넷을 해지하면 IPTV는 당연히 쓸 수 없다. 타사 인터넷을 다시 설치한다 해도 올레TV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는 인터넷․전화․IPTV 결합상품 이용 중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해지할 권리가 있다. 서비스 불만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 통신사를 변경한다. 그러나 IPTV의 도입과 보급이 인터넷 등 다른 상품에 비해 늦어지면서 계약기간이 제각각으로 변해 해지 시 위약금을 두 배로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통신사와의 계약 기간도 늘어난다. 만약 지난 2010년 3년 약정으로 인터넷을 계약한 소비자가 2년이 경과된 시점에 IPTV를 3년 약정으로 설치했다면 한 통신사와 총 5년의 계약을 한 셈이 된다. 인터넷 약정기간이 끝나도 IPTV 약정이 남아 있어 위약금을 낸 후 타사로 이동할 수 있다.

계약 기간 연장의 경우 별도로 고지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보에 취약한 계층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구에 거주 중인 김모(56)씨는 “IPTV를 설치했는데 계약기간과 요금제 같은 내용을 잘 몰라 추천해주는 대로 가입했다. 가입 후 집에 내려온 딸이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계약서도 없어 제대로 말해주지 못했다”며 “나중에 딸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계약기간도 길고 채널 수가 많은 요금제에 가입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소비자는 방문기사가 사인을 받기 위해 계약서를 꺼냈을 때야 내용을 읽어볼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여러 군데를 돌며 설치해야 하는 사람을 붙잡고 계약서 내용을 샅샅이 훑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계약서를 받지 못한 소비자는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약관 내용을 다시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 매니저는 “결합으로 인해 초래되는 소비자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과 IPTV 이중으로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맞다”며 “기사가 (IPTV)설치 방문 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면 그 모든 자료는 회사에 기록으로 남아있으며 언제든 요청해 볼 수 있다. 계약서 부분은 방통위와 이미 얘기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 중인 심모(30)씨는 “만약 계약 기간이 남아 있으면 이중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설치 당시에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며 “노예계약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이미 2년 전에 인터넷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IPTV를 설치했는데 이중계약이 되는 줄 알았다면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본인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지상파 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소비자라면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몇 몇 소비자들은 요금제에 대한 정보 없이 사업자가 권하는 대로 신청하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결합상품, 소비자 피해 빈발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 유료방송서비스 거래 시 계약 해지 후에도 요금이 청구되거나 TV․인터넷․전화 결합상품을 이용하던 중 어느 하나의 결함으로 인해 계약해지를 요구해도 결합상품 전부를 해지할 수 없는 등 소비자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부산본부가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2년 6월 20일까지 접수된 유료방송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457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해지 후에도 요금 청구’되는 불만이 27.6%(126건)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결합상품 중 일부품목 장애’ 13.3%(61건), ‘방송서비스 장애’ 7.9%(36건), ‘계약조건과 다르게 요금청구’ 7.4%(34건), ‘부가서비스 부당요금 청구’ 7.0%(3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위성방송이 39.2%(179건)로 가장 많고, 케이블TV 27.4%(125건), 유선방송 22.5%(103건), IPTV 10.9%(50건)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유선방송이 3.3%(15건)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료방송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457건 중 소비자가 환급, 배상, 계약해지 등 적정 보상을 받은 경우는 76.4%(349건)로 나타났으며, 피해유발 사업자별로는 ‘전국 서비스 방송사업자 3사’(계열사포함)가 51.6%(236건)로 가장 많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빅4(구열별SO 포함)’ 46.0%(201건), ‘개별 SO 등 기타 사업자’ 2.4%(11건)의 순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한국소비자원 부산본부는 “올해 들어 6월 20일 현재 유료방송서비스 관련 피해가 54건 접수되는 등 소비자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유료방송서비스 계약 시 ‘월 이용 요금, 위약금, 결합서비스, 의무사용(약정) 기간’ 등 약관상 중요사항에 대해서 사업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계약서를 교부받아 보관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계약해지 시에는 해지요청이 업체에 제대로 접수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요금을 자동이체한 경우라면 해당 은행 자동이체를 해지해 두어야 부당한 요금 인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