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8조9000억원으로 이 중 유기농 화장품 시장은 약 1%인 89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감안하면 2015년에는 전체 시장의 3~4%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유기농 화장품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들 제품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소비자들은 유기농 성분이 함유됐다는 것만으로 제품이 ‘피부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는다. 그러나 업체의 과대광고 인해 소비자가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소비자들이 믿고 쓰던 프랑스 유명 유기농 화장품을 비롯해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부 천연·유기농화장품에서 농약이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유통기한이 짧아 변질되거나 잘못 사용 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천연물질 사용 화장품에 대한 안전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천연 화장품 56건 중 3건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던 것. 이 제품 중에는 프랑스 유명 유기농 화장품 회사에서 제조한 화장품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씨에 따르면 김 씨는 6개월 전 A사 유기농 화장품을 구입해 사용한 후 매끈했던 피부에 커다란 반점이 생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김 씨는 “피부가 예민해서 화장품을 고를 때 굉장히 신중한 편이다”며 “그런데 판매원이 100% 유기농 제품이라고 홍보해 타 제품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구입했던 화장품을 쓴 후 이 지경이 됐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알고 보니 김 씨가 유기농 화장품이라고 순진하게 믿고 구입한 A사 제품의 표기사항에는 소듐폴리아크릴레이트와 메칠 파라벤, 디메치콘 등 이름조차 생소한 화학성분들이 버젓이 표시돼 있었다. 이 중 대표적인 화장품 방부제에 속하는 파라벤은 오랜 연구 결과 피부를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돼 내장기관과 지방, 근육 등에 축적되는 것으로 확인된 성분이다. 특히 아이들과 임신한 여성에게는 거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화장품으로 인해 피부 트러블이 발생해도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거주 하는 조모씨는 평소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던 중 매장 직원이 권유해 유기농 화장품을 하나 구입해 사용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여드름이 더 심해져 색소 침착 치료를 받아야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조 씨는 “해당 사에 연락해 치료비를 요구했으나 제품 환불만 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화장품 사용 후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화장품 사용 후 발생된 부작용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얼마든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화장품)에 의하면 화장품 부작용은 ‘치료비, 경비 및 일실소득을 배상’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단 치료비 배상은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 및 처방에 의한 질환 치료 목적의 경우로 한다’로 규정돼 있어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을 제출하면 해당 화장품의 반품은 물론 치료비까지 정당하게 보상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명한 소비자들은 유기농 화장품 구입에 앞서 유기농 화장품 인증을 꼭 확인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기농 화장품 인증보단 사용설명서에 적혀있는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보통 유기농화장품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구성성분 중 95%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돼야 하는데, 간혹 나머지 5%의 성분에 트리에탄올아민 등 발암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몇 소비자들은 유기농 기준에 95% 이상을 유기농 원료로 썼다고 하면 굉장히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머지 5%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유기농 원료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느냐 보다 트리에탄올아민, 파라벤 등 유해물질의 참가 유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