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올해 여름, 에어컨 구매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밤에도 30도를 윗도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급한 마음에 에어컨을 구매해도 폭주한 주문 탓에 구매 보름 후에나 설치가 가능해 일부 소비자들이 민원을 넣는 사태도 발생했다. 일부 지역 학교들은 단축수업과 휴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들려오는 폭염특보 소식에 기성세대들은 “우리 때만 해도 이런 적이 없었다”며 “선풍기 하나로 해결되던 더위가 에어컨으로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김재옥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이런 이상 고온현상이 프레온가스와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프레온가스가 오존층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온실효과를 일으켜 기후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 김 상임대표는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정장 대신 면 소재의 옷을 입고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김 상임대표는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의 일환으로 시원한 옷 입기 운동을 하고 있어 정장을 입지 않았다”며 기자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상임대표는 “개인의 노력이 환경을 만든다”며 온실가스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쉽게 풀어 설명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김재옥 상임대표.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 환경운동가가 아닌 소비자의 권리

김 상임대표는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를 소개하며 환경이 아닌 ‘소비자’ 이야기를 제일 먼저 꺼냈다. 환경은 단순히 ‘미래 후손에게 남겨줄 것’의 차원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해서라도 보호해야한다는 것이다.

김 상임대표는 지난해 11월까지 국제소비자기구 부회장을 역임하고, 소비자 단체에서 30여년 간 종사해온 소비자 관련 전문가다. 김 상임대표는 “이 네트워크 또한 소비자 권익향상을 도모하다가 설립하게 됐다”며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정부가 정한 ‘소비자의 8가지 권리’가 있다. 그 중 일곱 번째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라고 말했다.

이 권리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UN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소비자의 권리로 △구입한 상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 △상품 사용 도중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 △상품 선택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상품을 살 때 가격·상표·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국가에 정책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권리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 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 △소비자의 권리와 이익을 높이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등이 있다.

김 대표는 환경은 곧 소비자의 소비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자 단체에서 활동하면서도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눈여겨봤다고 했다.

김 대표는 “9년 전 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했을 때, ‘그린슈퍼마켓’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을 봤다.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상품, 배송으로 인해 CO2를 발생시킨 제품이 아닌 본 고장 상품 등을 판매하는 기업을 이용하자는 프로젝트였다. ‘이왕이면 환경을 생각하고, 기후변화를 막기위해 노력하는 기업 물품을 사용하자‘는 소비자들의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런던에 있는 친구들을 보니 그 친구들도 그런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것을 봤다. 소비자와 기업이 환경을 위해 노력할 때, 더 좋은 소비 환경이 마련된다는 메시지를 얻고 한국에 돌아와 당시 환경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의 지원 하에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운동단체를 만든 것이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라는 것. 현재는 민·관 협력을 통해 비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추진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기관·기업·민간단체 등 5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국 245개 지역 네트워크가 구성돼있다.

온실가스, 우리생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더운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기온현상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불과 2,30년 전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사용하지 못했지만, 손부채와 선풍기면 어느정도 더위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의 경우 빌딩숲과 콘크리트로 인해 지열이 식지 않아 시골보다 더 덥다”면서도 “현재의 고온현상에는 온실가스 또한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온이 올라 불편을 겪는 차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주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온실가스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로, 일반적으로는 이산화탄소를 말한다. 이산화탄소는 온난화현상을 일으켜 지구 전반의 온도를 높이고 있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온실가스가 기존 지구의 질서들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사과는 대구 뿐 아니라 위쪽 지방에서도 재배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국민생선이라 불리던 명태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북쪽으로 올라가버렸다”며 농수산물의 재해 위험성을 지적했다. 농수산물 산지가 변하면서 수급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열대지방에서만 나타나던 질병들이 아열대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의 변화가 인간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프레온가스를 배출하는 에어컨 또한 화두에 올랐다. 온실가스로 인해 고온현상이 심화되는데, 무더위는 또다시 에어컨 사용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지속되기 때문.

김 대표는 “이 더운 날에 에어컨을 무조건적으로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대신 에어컨 사용 팁을 제시했다.

◆여름철 실내온도는 26℃를 준수한다

- 에어컨 설정온도를 1℃ 높이면 약 7%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에어컨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기 보다는 26℃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시에 사용하고, 에어컨과 선풍기의 바람방향을 같게 한다

- 에어컨을 약하게 켜고 선풍기를 함께 가동하면 차가운 공기의 순환을 확산시켜 더 빠르게 실내온도를 낮출 수 있다.

◆에어컨 필터 청소를 자주 한다

- 2주에 1회 정도 필터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 이 때 5% 가량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어컨 작동 시 창문을 닫고 커튼 등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 직사광선을 차단할 시 냉방효율을 15% 이상 높일 수 있다.

◆적절한 제습 기능을 사용한다

- 습도가 낮으면 같은 온도라도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단 습도가 매우 높거나 장마철인 경우 제습 시에 사용전력이 많아질 수 있으니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의 온실가스 현금구매사업.

환경보호 “무조건적인 희생 아냐, 상응하는 보상 있어야”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사무실에는 온실가스 줄이기 캠페인 자료들이 가득했다. 올 한 해 줄인 온실가스 양을 나타내는 그래프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전시돼있었다.

김 대표는 자료들을 소개하며 저탄소생활이 필요하다면서도 ‘불편함만 감수하는 환경운동은 지양해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철학적인 생각만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며 “현실적인 인센티브가 있어야 움직이지 않겠냐”고 밝혔다.

현재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는 그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량 현금구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주택 및 학교에서 LED 교체, 태양광 설치 등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계산해 배출권거래제 가격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아파트에서 한 가정이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그것을 월 단위로 측정해 줄인만큼 가정에 현금을 지급한다. 전력 감축 과정에는 네트워크 소속 전문 컨설턴트가 가정 별로 투입돼 감축방법을 안내하는 컨설팅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이 컨설턴트들도 자원봉사가 아니라 수당을 받고 일한다”며 “이것이 여성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여성이 사회활동이 단순히 봉사활동의 범주를 넘어서 전문 여성인력으로서 활동에 대한 보수를 받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전제품 사용 및 물 사용 등 가정의 생활패턴을 여성이 주도하는 만큼, 그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교육받은 여성 컨설턴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는 올해 가정·상업 등 비산업분야를 대상으로 5만5500곳에 컨설팅을 진행,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예산을 늘려 10만곳 이상 컨설팅을 진행, 이후에는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현금구매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컨설턴트의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전망이다.

“여성과 환경, 그리고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서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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