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박상문 기자] 부동의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이 설립 이래 최악의 오너리스크로 위기를 맞았다.

넥슨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정주 NXC 회장이 연초부터 정·관계 로비 의혹에 연달아 휘말리면서 수사의 표적이 됐기 때문. 김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에게 ‘대가성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넥슨코리아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땅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연루됐다. 이에 넥슨이 그동안 걸어온 경영 방식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인수합병 성공에 새로운 수익모델로 날개 달아

김 회장은 1990년대 후반 5명의 동료와 함께 넥슨을 창업한 이래 벤처 신화를 일구면서 성공한 경영자로 손꼽혔다.

넥슨은 설립 당시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서비스와 함께 기업 홈페이지 구축 등의 사업을 하는 소규모 업체였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김 회장이 주도하는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기반으로 우량 게임업체를 잇달아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워나갔다.

넥슨은 2008년 히트작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인수한데 이어 2010년에는 ‘서든어택’으로 1인칭 총격게임(FPS) 신화를 쓴 게임하이(현 넥슨지티)를 인수했다. 이후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서든어택2.

이처럼 넥슨은 성공적인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높인데 이어 무료 게임 사용자들이 꾸준히 아이템을 사도록 유도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수익 확대에도 성공했다.

당시 이 게임들은 "초등학생들 용돈까지 거둬들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넥슨에는 막대한 수익을 안겼다. 실제로 2000년 120억원대에 불과했던 넥슨 매출은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 2005년 10월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만 8조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막강 영향력...사실상 ‘1인 지배체제’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김 회장이 지분 67.5%(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부인인 유정현 NXC 감사의 지분도 29.4%에 달한다. 이처럼 김 회장와 그의 아내 등 특수 관계인이 90%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2% 미만,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NXC는 일본 넥슨의 지분 57.87%를 소유하고, 일본 넥슨은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모든 경영 판단과 결정이 김 회장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는 지배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회사가 급성장하자 김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전문 경영인을 세웠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넥슨코리아 대표 자리는 8차례나 교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넥슨 측은 이에 대해 "경영 안정을 위해 대주주가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김 회장은 넥슨의 주요 인사와 사업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으나, 바깥으로는 조용히 신사업 발굴에만 몰두하는 모습만 보였다. 이번 사건 전에도 대외 활동이나 언론 인터뷰가 거의 없어 은둔형 경영자로 평가돼 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주식·부동산 등 특혜로 당국 고위층과 유착을 꾀하려 했다는 의혹에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넥슨은 지금껏 합법적인 대외 로비에도 매우 소극적이었던 데다가 이런 유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진 검사장 파문에 관한 수사에서도 아직 김 회장이 진 검사장에게 어떤 편의의 대가로 자사주를 줬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외 상장 기업인 넥슨의 상황 상 어떤 국내 이권이 아쉬웠던 건지 의문"이라며 "김 회장이 지금껏 개인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주 NXC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박상문 기자  msp2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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