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인성은 남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며 배려할 수 있는 능력으로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특성이다. 특히 무한경쟁, 물질만능 그리고 개인주의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현대 사회를 이끌어 나갈 리더십으로 상대방을 잘 섬기는 인성이 더없이 중요시되는 때이다.

미국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장재혁, 최유진 부부교수는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라는 말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자칭 엘리트라고 거들먹거리는 정치, 경제, 사회의 지도자들에게서 인성의 부재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행정 사법고시를 합격하려면 개, 돼지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해야하나보네. 1%에 속하는 엘리트를 제외한 민중은 개, 돼지나 마찬가지이므로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되고, 기차가 달리면 개가 짖어대는 건가? 적어도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지도자가 되려면 전공이 동물학이 아니라도 이 정도의 엉터리 지식은 갖추어야 하고 섬겨야 할 국민들에 대한 배려는 위선으로 치부해야 하나봐.”

몇 일전에 친구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개, 돼지를 포함한 동물을 공부하고 연구해온 나에게 친구들이 건네는 개탄스러운 농담이었다. 나향욱이라는 교육부 정책관이 99% 민중은 개, 돼지라고 국민을 비하한데 이어 여당대표를 역임했고 현재는 경남도지사로 있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께서 시위 중인 야당 도의원을 ‘쓰레기’라고 부르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정적을 개로 비유하였다.

한편 고시출신 중에서 최고 엘리트 현직 검사장은 온갖 부정한 범법행위로 구속기소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자칭 1% 엘리트들은 암기력이 좋아 법조문을 잘 외워 어려운 시험에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는 모르지만 개, 돼지의 특성이나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른 동물들의 위상변화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감지 능력이 없었나보다.

과거 개, 돼지는 아무렇게나 취급하거나 쓰다버리는 종속물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이 귀여워해 주는 애완동물 이상의 대접을 받아 사람과 교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반려동물이 된지 오래다. 돼지는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자라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위생적이고 안락한 환경에서 사육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나가는 쇳덩어리 기차에 대고 뜻도 없이 짖어대는 지능이 낮은 개는 없다. 국가의 주인으로 가장 섬겨야 할 국민을 과거 인간의 종속물인 개, 돼지처럼 여기는 정부고위관리나, 국민을 생각도 영혼도 없는 동물 취급하며 출세가도만을 달려온 검사장은 이제 99% 민중의 지탄을 받아 앞으로 부끄럽고 힘든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개, 돼지도 자기들끼리 지켜나가는 사회적 서열이 있고 자기를 돌봐주는 주인의 외모나 나이, 능력에 관계없이 주인을 따르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사랑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서열이 높다고 해서 자신의 끝도 없는 욕망 때문에 동료나 이웃을 속이고 착취하지 않는다. 사료가 아닌 식품을 먹고, 미용실과 동물병원을 다니며, 동물들과 교감을 통하여 심리적 스트레스나 불안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동물교감 전문가(animal communicator)의 도움을 받는다. 옆집 개가 자기 개를 성폭력해서 임신을 했다고 법정소송까지 벌어진다.

우리나라 다섯 가구당 한 가구가 반려동물과 동거하고 있다. 돼지 역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주인이 먹다버린 잔반을 뒤지는 시대가 아니고 위생관리가 잘 된 돈방에서 영양소의 균형이 잘 이루어진 사료를 즐기면서 커나간다. 다만 본인들의 생리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입장이나 생각을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인성은 없다.

이런 면에서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전철에 치어 죽은 19살 청년의 죽음이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선이라고 말한 행정고시 출신의 교육정책관이야말로 인성부재의 개, 돼지의 속성을 지녔다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내 과장 한 사람은 하급자인 여직원을 성희롱한 것이 알려져 지방으로 밀려 났다고 한다. 조금만 높은 지위에 있으면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 대한 섬김은커녕 배려조차 없는 인성의 부재 본성이 만연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이 지식중심의 엘리트 양성에 치중하여 인성교육을 소홀히해 온  결과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명문대학들이 학생선발에서도 인성평가를 중요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990년대 초부터 지난 20여년간 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사회에 배출시키는 일을 해온 필자도 요즘 시대의 변화상을 많이 느낀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변화 중 하나는 해가 지날수록 학생들의 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이 줄어들고 대신 ‘짜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학생들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대학은커녕 고등학교 진학만으로도 부모님께 너무 감사했고 혹시 학교에서 장학금이라도 받을라치면 졸업 후 받은 장학금의 몇 배라도 학교에 기부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했으며, 지금에 비하면 허술하기만 했던 교수님들의 흑판 강의에 존경을 보냈던 가슴 따뜻한 인성은 찾아보기 힘든 시대로 변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는 하는 것, 대학의 졸업장을 받는 것, 결혼하는 것들이 모두 자식이 부모에게 베푸는 특별한 시혜처럼 생각하는데 무슨 감사의 마음이 있겠는가.

이러한 인성교육 부재의 결과는 나와 내 욕심 충족을 위해서는 오직 경쟁을 통하여 목표를 쟁취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인성부재의 시대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관심과 자기중심적 사고는 나를 낳고 길러서 온갖 희생을 아끼지 않는 부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노인들에게는 ‘효도 계약서’가 큰 관심거리이다. 노령의 부모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자식들로부터 받은 계약서이다. ‘효도 계약서’의 가장 중요한 서약 내용이라는 것이 자식이 정기적으로 부모를 보러오는 ‘의무방문’ 조항이다. 우리 인성부재 현실의 민낯이다.

이러한 현실에 애통해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우리 교육의 최우선을 인성교육에 두어야 하겠다. 인성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생 선발은 물론 공무원 채용과 승진 시 인성평가의 가중치를 올려야 한다. 그리하여 주어진 직책에 감사하며 봉사의 기회를 제공한 국민들을 배려하고 잘 섬기는 지도자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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