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박상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법인 출범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적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SK텔레콤의 CJ 헬로비전 인수 계약과 SK브로드밴드-CJ 헬로비전 합병 계약을 모두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11월2일 체결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30%) 취득 계약과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간의 합병 계약의 이행은 모두 금지된다.

공정위는 "기업 결합이 이뤄질 경우 23개 지역 유료 방송 시장 및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하고 결합 당사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독과점적 구조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기업결합은 과거 방송통신분야 사례와는 달리 수평·수직적 기업 결합이 혼재돼 있어 경쟁제한적 우려가 여러 경로를 통해 복합적으로 발생하므로 행태적 조치나 일부 자산 매각으로는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좌측부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두 회사의 합병이 지역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의 경우 현재 17개 방송구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J헬로비전이 유력 IPTV 플랫폼 사업자인 SK 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21개 구역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 점유율은 46.9~76.0%로 2위와의 격차가 최대 58.8%포인트까지 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지역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 강도가 낮아지면서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통통신 시장에서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결합할 경우 소매 시장 내 경쟁 활성화와 요금 인하 경쟁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도매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서비스의 최대 수요자인 CJ헬로비전이 결합되면 KT, LG유플러스 등 경쟁 도매사업자들의 판매 경로가 봉쇄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공정위는 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그간 심사보고서와 함께 주식양수 금지와 합병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CJ헬로비전은 “‘늑장심사 끝 불허’로 조직을 두 번 위기에 빠뜨렸다”며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 산업 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 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SK텔레콤 역시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 유료방송 시장 도약을 위해 계획한 것들이 좌절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이번 결정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최종 결정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CJ헬로비전은 이날 공정위 불허 결정이 발표되자마자 "7개월 넘게 이어진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받았을 상처와 이로 인해 위축된 기업문화는 시간을 다퉈 회복시켜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내부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최선을 다해 인수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불허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이번 결정을 수용하며 국내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KT·LG유플러스, 공동 입장자료 내고 '환영'

반면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공동 입장자료를 내고 공정위 결정을 환영했다. 양사는 이번 인수합병이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입장자료에서 양사는 "방송통신시장 독과점 심화, 소비자 후생저해 등 이유로 이번 인수합병이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공정위 결정은 이러한 우려를 고려했다고 판단된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한민국 방송통신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문 기자  msp2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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