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박상문 기자] 환경부가 독성물질이 검출된 방향제에 대해 퇴출조치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해당 물질이 유독물로 지정된 지 4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이에 정부에 대한 늑장대응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환경부가 국내 시판되는 방향제에서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검출됐음에도 불구,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태 해결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14일 보도됐다. MIT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함께 위해성 논란을 일으킨 물질로 2012년 9월부터 유독물로 지정됐다. 특히 27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사진제공=뉴시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판된 스프레이형 방향제 20개 제품 중 3개에서 MIT가 검출됐다. 농도는 각각 최대 124.2ppm, 최대 94.9ppm, 12.7ppm이다.

MIT는 유독물로 지정된 이래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방향제나 탈취제 등 생활화학제품에 얼마나 들어가도 되는지 허용 기준치가 없어 농도 제한 없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MIT의 농도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를 위해 기술원에서 위해우려제품 328개를 시장에서 수거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이같은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해당 제품에 대한 퇴출이나 이름 공개 여부를 고려하지 않았다.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아니고, 위해성이 바로 나타날 만큼 MIT 농도가 높지는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기술원 보고서에 대해서도 유독물 허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연구일 뿐이라며 기준치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우선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MIT 농도 기준치가 있는 섬유유연제나 물티슈에 허용된 것보다 높은 수치의 MIT가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논란 거세지자 뒤늦게 조치 “눈치행정의 전형”

환경부는 결국 해당 물질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프레이형 방향제에 MIT가 많다는 결과를 5월에 받아들고도 위해성이 즉각 나타나는 수준은 아니라며 대응을 미뤄왔던 정부가 논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늑장대응, 눈치행정이 드러난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스프레이형 방향제, 탈취제, 코팅제에 들어가는 MIT 등 5개 유해물질에 대한 함량 기준을 위해우려제품 안전기준에 조속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예방 차원에서 제품명을 밝히고 회수해 줄 것을 제조업체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박상문 기자  msp2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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